심리상담칼럼

[상담수필]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공진수 센터장 2017. 6. 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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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내담자가 상담사인 나의 앞에 있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목소리에는 울분이 가득 차 있다.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내담자이다.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내담자의 상처와 아픔이 물씬 풍겨나온다. 어느 정도 눈물을 흘렸을까? 감정도 한계가 있는지 냉정을 찾기 시작하고,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첫 마디...


"선생님, 저는 제가 겪는 일이 드라마나 TV 혹은 소설이나 영화에만 나오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시작한 내담자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염없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상담사로서 들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는 1년 전 이야기를, 어떤 이는 10년 전 이야기를, 또 어떤 이는 태어날 당시부터 이런 저런 상처와 아픔을 기억이 나는대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감정이 북받치면 눈물을 흘리고, 울분을 토로하며, 말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차분하게 기다리다 보면 내담자의 입술은 다시금 움직이고, 자신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던 아픔과 상처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스스로 만든 상처와 아픔도 있지만, 관계 속에서 겪은 상처와 아픔도 많다.


때로는 죽고 싶었고, 때로는 죽이고 싶었다는 진실을 토로하면서, 마음 어딘가에 있었던 수많은 상처와 아픔의 사연을 토해내는 것이다. 자신도 보기 싫었고, 타인에게 보여주기도 싫었던 상처와 아픔을 토하고 또 토하고... 더 많이 토할수록 몸은 지치지만, 마음은 편해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온 것인양...


그렇다.


우리의 마음에 있는 상처와 아픔은 입으로 토해내야 한다. 비록 그것이 더럽거나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거나 냄새가 난다고 하더라도, 입으로 토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심리상담이요, 심리치료이다. 마음의 상처와 아픔은 우리 몸의 항문과 같은 곳으로 빼 낼 수가 없다. 그러니 입으로 토해내고 또 토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임하는 것이 바로 심리상담이요, 심리치료이다.


하염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고, 하염없이 울던 내담자가 서서히 마음을 추수리기 시작한다. 저 깊은 마음 속의 상처와 아픔을 다 꺼내놓은 양 얼굴 표정도 조금 편해진다. 비록 상담사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그저 이야기만 들어주었을 뿐인데, 내담자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리고 상담사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줄수록, 생기가 돌고 평안을 얻는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와 아픔을 직면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처와 아픔을 맛보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남의 이야기인 줄 안다. 자신에게는 이런 상처와 아픔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삶이란 상처와 아픔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리고 타인의 상처와 아픔도 자신에게 언제든지 임할 수 있다는 것을, 상처와 아픔을 겪은 후에 드디어 깨닫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처와 아픔을 치료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억압하고 살 것인가?의 선택과 결정이 있을 뿐.


상처와 아픔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그러니 상처와 아픔을 참고 억압할 것이 아니라, 치료하고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바로 지혜로운 삶일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 저런 상황과 직면하는 속에서 마음의 고통을 가지고 있는가? 혼자 끙끙대지 말고 당신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 그 중에는 상담사도 한 명이 될 것이다.


당신이 아픈 것은 상처 때문이 아니고, 치료를 받지 않아서이다. - 공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