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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에 독일에서 정확하게 10년을 살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일에 대한 향수도 있고, 독일과 한국의 다른 점에 대한 것도 많이 비교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교 중에는 우리가 앞선 것도 있고, 독일이 앞선 것도 있습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망신창이가 되었던 나라이지만,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서 부흥한 나라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도 비슷합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으로 우리나라도 망신창이가 되었지만, 1960년대 이후 허리띠를 조르고 살아가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죠. 본론으로 들어갈 볼까요?
독일에도 여러 방송사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공영방송의 으뜸은 ARD라는 일명 1방송입니다. 그리고 이곳의 메인 뉴스는 오후 8시에 15분간 진행되는 타게스샤우(Tagesschau)라는 시간입니다. 우리나라도 따지만 오후 8시나 9시에 진행되는 메인뉴스 시간인 것이죠. 제가 독일에 가서 놀라웠던 것은, 메인 뉴스시간이 이렇게 짧아도 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타게스샤우라는 말은 두 단어가 합쳐진 것인데요, 탁(Tag)이란 단어와 샤우(Schau)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이죠. 탁은 '날'이라는 말이고, 샤우는 '보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입니다. 그러니 직역을 하면, '그 날을 보다'입니다. 그 날의 중요한 포인트들을 집어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놀랐던 것은 이 짧은 시간에 독일 국내뉴스뿐만 아니라, 국제뉴스까지 골고루 다룬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에게는 생소한 아프리카 뉴스까지도 주요뉴스에 올라오고, 이러한 뉴스를 타이틀뉴스로 다루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와는 지정학적 환경이 다르기에, 그리고 이해관계가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에, 우리는 다루지 않지만 독일은 뉴스로 다룰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독일에 살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이렇게 다루는 뉴스를 통해서 (독일)국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도 함께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 30대 때 - 제가 느꼈던 것은, 나 자신이 얼마나 우물 속에서 살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합니다. 1시간이 넘게 (메인)뉴스를 하지만, 국제뉴스는 가물에 콩 나듯이, 아니면 가십성 정도의 뉴스가 나오니 말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국가정상이 참석하는 G7과 같은 국제적 이벤트에 대해서 참가국 나라에서는 메인뉴스 1번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자국의 국가정상이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십성 뉴스보다 더 후순위에 언급되거나, 아니면 돌려까지식으로 왜곡되게 보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시사나 정치에 편향된 글이라면, 이제부터는 조금 더 심리적인 부분에서 이 이야기를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사람이란 자신에게만 몰입하게 되면, 두 가지 환상 혹은 망상에 빠집니다. 첫째, '나만큼 잘 난 사람은 없다'라는 환상과 둘째, '나만큼 못난 사람도 없다'라는 망상입니다. 그런데 둘 다 공통점은, 정보부재로 인한 착각에 기인한 것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니 내 자신만이 최고라고 착각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나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국내적인 뉴스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뉴스를 함께 알지 못하면, 우리가 최고인 줄 알고 우쭐되거나, 아니면 우리만 문제투성이처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은 거의 비슷합니다. 성공도 있지만, 실수도 있고, 그리고 실패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 앞에 성공과 실수, 그리고 실패에 대해서 어느 정도 통찰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언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자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진실보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사실보도를 외면하는 것을 떠나서 왜곡보도를 일삼고, 이것으로 우리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점점 낮은 자존감을 학습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우리는 겸손이 아니라 평가절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와 진영논리를 떠나서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인 부분인데, 품질과 함량불량의 정치가, 그리고 언론이 우리의 자존감을 떨어지게 만들고, 낮은 자존감을 계속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커니즘과 알고리즘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젓듯이 낮은 자존감을 학습하게 되는 것이죠. 무기력을 학습해서 학습된 무기력을 보이는 것과 비슷한 생리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는데에는 국내와 국제사회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각에서,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것에 눈을 가리게 하는 언론이 문제인 것이죠. 그러니 사건사고와 같은 것은 먼저 보도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사고와 시각의 균형을 맞출 국제뉴스 등은 별로 다루지 않고, 우리의 못난 부분 그것도 왜곡되게 뉴스로 다룰 때, 우리는 점점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21세기에는 그 어떤 능력보다 필요한 능력이 바로 분별력입니다. 아무리 기계문명이 발달한다 하더라도 더 필요한 것은 분별력이라는 것이죠. 참과 거짓을 분별하고, 진실과 사실을 분별하는 분별력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냥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따라가거나, 많은 사람들이 언급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이 때 자신에게 물어 보아야 합니다. 나는 과연 분별력을 가지고서 현상을 바라보거나 해석하는가?
이러한 것에 자신감이 없거나 혼란스럽다면, 당신은 낮은 자존감이 학습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낮은 자존감을 학습시키고 조장하는 우리 사회가 우리를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면, 가장 어리석은 것이 나 자신일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될 수 있으며, 그리고 우리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가, 언론이, 그리고 그 무엇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자존감은 높아질 것입니다. 결코 낮은 자존감을 학습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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