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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존재가 엄청 지적이고 이성적인 존재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면이 많다. 아울러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면이 많다. 예를 하나 들라면, 자신의 뒷통수를 스스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란 존재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나의 뒷통수를 볼 수 있으니, 어떨 때는 다른 사람의 시각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이 좀 더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술 문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부부상담, 가족상담 등을 하다보면,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들 중 술 문제와 무관한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알코올 중독이나 의존에서부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을 먹고 나서 폭력, 음주운전, 주사 등등으로 주변인들을 괴롭히거나 스스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일수록 자신은 문제가 없고, 술이 문제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요, 투사라는 방어기제에 기인한 회피성, 도피성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술을 마신 것도 자신이요, 술을 마시겠다고 선택과 결정을 한 것도 자신이니, 그 이후에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자신이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실까?
모든 이유를 다 열거할 수 없으나 오늘은 몇 가지만 적어보자.
첫째, 감정표현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술을 마시거나 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잦다. 술을 마시면 의식의 통제를 받던 무의식이 활성화 된다. 평소에는 의식이란 존재가 무의식을 검열하여서 마음 속에 있는 감정을 통제하거나 조절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들 중에는 외현화 되어야 할 감정들도 있다.
그런데 용기가 없다 보니, 이러한 것을 억압하게 된다. 그러니 술을 마시면 어디선가 용기가 생기는 것 같고, 술기운의 힘으로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런데 적절한 조절을 하지 못하니 하지 말아야 할 말도 하고, 행하지 말아야 할 행위도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감정표현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둘째, 술 마시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각인된 사람들이 많다. 술이라는 존재는 어찌보면 중립적인 존재인지 모른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긍정적 효과를 거두지만, 그렇지 못하면 부정적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집안 어른들이 술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들은, 술에 대해서 관대한 마음,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자라면 술 좀 마셔야 하고, 젊었으니 술을 마시는 것은 당연하고 등등의 이유를 갖다 댄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벌이는 각종 위험한 행위에 대해서도 술기운에 그랬다고 하는 등의 변명을 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고 발생되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자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술에 대한 과도한 긍정성(?)의 부작용이라고 할까?
셋째, 술마시는 것이 습관화 되거나 중독화 된 사람들도 있다. 이미 아동기 혹은 청소년기부터 술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많다. 처음에는 몰래 마시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안 마시면 못참는 상황까지 간 사람들도 많다. 알코올 의존증 혹은 알코올 중독증에 빠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신이 이러한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않고 수용하지 않으면서 주변에서 걱정하고 잔소리 하는 사람들에게 공격적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밥은 굶어도 술 마시는 것은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돈만 생기면 술부터 찾고, 아침에 일어나면 술부터 찾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러한 모습을 잘 모른다. 그러니 이제는 자신이 술의 통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술이 자신의 통제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일수록 의지가 약해서 그런 것이라며, 한번 마음만 먹으면 고칠 수 있다고 장담을 한다. 그러나 삶의 변화라는 것이 구호나 의지로만 된다면 어려움이 있겠는가? 술에 의존하고 중독되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과 이유가 있는 것이니, 이것을 알고 깨달으며 삶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술과는 친구가 될지 모르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모두 파괴된다는 것 아는가?
넷째, 건전한 놀이와 여가선용을 모르는 경우이다. 한국인들은 건전한 놀이 그리고 여가선용에 대해서 서툴다. 직장을 마치고 나면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한 사람들이 많다.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싫고, 그렇다고 항상 대기하며 기다리는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술 마시는 것이 일상화 되는 느낌이다.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하나의 변명일 뿐이다. 이 세상에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스트레스를 술로만 풀어야 한다는 공식도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점점 술 마시기에는 몰입하면서 대안이 될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서 자기계발이나 취미 발견하기 등등 말이다. 결국 술 마시기가 특기요, 취미이며, 일상이 되는 모습들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더 허전한 생각이 들고, 오늘은 즐거워서, 내일은 괴로워서 술과 벗을 삼는다. 점점 술의 수렁의 빠져드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술 마시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벌어지는 행동과 행위에서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온다. 술 마시고 시비가 걸려서 다툼이 생기거나 다치고, 음주운전으로 목숨까지 잃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술 문제로 이혼을 당하거나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술이 문제라기 보다는 술을 마시는 자신이 더 문제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술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과 연습 그리고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무엇 때문에 술에 의존하는지에 대해서도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을 알아야 과정을 만들 수 있고, 과정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다. 원인도 찾지 않고, 노력과 연습 그리고 훈련의 과정도 없으면서 술을 끓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노력 없이 시험에서 합격을 기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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