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연구]초혼보다 더 조건을 따지는 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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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것이 사람만을 보고 하는 것 같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예비 배우자가 가지고 있는 조건도 많이 보게 된다. 여기에는 현재의 능력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잠재력까지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대해서는 결혼하신 분이나 결혼을 앞둔 분이라면, 일정부분 공감을 하실 것 같다. 그런데 초혼보다 더 조건을 따지는 것이 바로 재혼이다.

이러한 것은 초혼을 해 본 재혼자의 경우, 더욱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민감하다. 그러다 보니 재혼부부의 애착은 2순위로 밀리게 된다. 문제는 재혼가정 자체가 무자녀일 경우에는 조금 다르지만, 유자녀의 경우에는 부부의 애착도 불안정한 상태에서 재혼 후 자녀들까지 한꺼번에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가지고 있는데, 애착형성보다 조건을 보고 재혼을 하게 될 경우 그 부작용은 금방 나타날 수 있다.

사실 조건을 본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조건이 좋으면 더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이러한 기대는 초혼에서의 결핍을 재혼에서 보상 받기 위해 가지게 되는 본능적인 기대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만을 챙기다 보면, 부부간의 애착형성에도 실패하고, 자신이 원했던 조건에 대한 기대감도 좌절되면서, 재혼가정은 다시금 재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초혼가정보다 재혼가정의 재이혼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것은 해외사례에서 차용한 일반화인데,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적이지는 않는 것 같다. 나 역시도 부부상담 현장에서 재혼가정들을 만나 보면, 재이혼을 하려고 고민하는 경우가 초혼가정보다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따라서 배우자와의 사별과 이혼 후 재혼을 하려고 할 경우, 재혼부부의 애착형성은 매우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 바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부부간의 애착형성에 실패할 경우, 재혼가정은 다시금 이혼의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이미 이혼을 해 본 경우, 그 학습효과로 인하여 이혼에 대한 두려움도 없을뿐만 아니라, 이혼 후 잠시나마 자유로움을 누렸던 경험자의 경우, 이혼 후 혼자 사는 것이 더 좋았다는 감정기억 때문에, 재혼가정의 재이혼율이 더 높아진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만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조건을 본다고 하니, 재혼자 - 재혼자의 재혼가정을 보면, 이런 조건을 보기도 한다. 서로 이혼의 아픔이 있으니 재혼을 하게 되면 덜 외로울 것이고, 더 배우자에게 잘 하지 않겠느냐는 전제조건을 보는 경우이다. 이러한 것은 매우 유아기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혼의 아픔을 겪었으니 재혼 후 배우자에게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이혼의 아픔을 제대로 치유하지 않고 재혼을 할 경우, 전혼의 아픔이 재혼가정에 그대로 투사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재혼 후 전혼관계에서의 결핍을 재혼가정에서 보상 받으려고 할 때, 이혼의 아픔이 있어서 서로 더 배려하고 위로하며 살 것이라는 전제조건은 매우 유아기적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재혼가정의 부부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이혼의 아픔을 겪은 재혼부부가 재혼 후 배우자에게 착취적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착취적 관계의 원인이 바로 전혼에서의 결핍이었다는 것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조건이어서 더 잘 맞을 것이라든지 혹은 더 잘 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초혼보다 더 조건을 따지는 것이 재혼이지만,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혼부부의 애착이며, 이러한 애착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고 조건만 보고 재혼을 한다면, 후회와 좌절은 곧 찾아올 수 있다. 그러니 재혼을 앞두고 있는 부부가 당신이라면 그리고 이미 재혼을 한 부부가 당신이라면, 그런데 재혼을 앞두거나 재혼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갈등이 생긴다면, 혹 재혼을 하면서 놓친 것은 없는지 그리고 이러한 것을 잘 극복하고 조정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혼가정 못지않게 재혼가정은 재혼을 하기에 앞서서 혹은 재혼 후 부부상담 등을 받아보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