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상담이나 심리공부를 잘 못 활용하는 경우

공진수 센터장 2021. 12. 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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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현장에서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다 보면,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견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학위과정부터 평생교육 차원까지 다양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심리공부, 혹은 상담공부를 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나 방송 등을 통해서 심리나 상담에 대한 상식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가진 분들도 만난다.

 

이런 분들의 경우, 배움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도 있지만,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치료하고자 심리나 상담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분들 중에 심리나 상담을 잘 못 활용하는 경우가 있기에, 오늘은 여기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자녀들 때문에 상담심리를 공부하는 경우이다. 물론 자녀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서, 부모로서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에 자녀들의 발달심리나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역할 등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자녀에게 혹 심리정서적 문제가 있을 경우, 부모가 치료사나 상담사가 될 수는 없다.

 

이런 것을 상담심리에서는 이중관계, 혹은 다중관계라고 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자녀에게 부적절한 행위의 행위자이면서 - 원인제공자 - 부모의 역할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 이중관계, 혹은 다중관계라고 한다. 이런 관계는 다양한 곳에 존재한다. 목회자와 신도 사이의 상담관계, 교수와 제자 사이의 상담관계,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상담관계 등이 대표적인 이중관계, 혹은 다중관계이다.

 

이런 면에서 나 역시 아내가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녀의 치료사나 상담사의 역할을 할 수 없다. 나를 통해서 아내가 심리정서적 문제를 가졌을 수 있는데,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관계 속에서 제대로 된 치료와 상담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다른 면에서는 상담윤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담심리를 공부하는 분들 중에는, 자녀, 배우자, 그리고 가족 등을 위해서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자신이 치료사나 상담사의 역할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상담윤리는 떠나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심리와 상담을 공부하고 잘 못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럼 상담윤리를 떠나서 왜 이런 행위를 하면 안될까? 상담심리를 공부하신 분들은 자신이 획득한 지식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쉽다. 상담심리를 배우는 1차적 목적은, 자신의 성찰과 탐색, 그리고 분석 등에 활용되어야지, 자신의 자녀, 배우자,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활용되는 것이 1순위가 되면 안된다.

 

이것은 지식을 가지고 무기화, 혹은 폭력화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직업적으로 전문적인 상담사인 나 역시도 항상 조심하는 것은, 내가 배우고 익힌 지식과 기술으로 내담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무기화, 그리고 폭력화 하면 안된다는 다짐이다. 지식이 무기화, 그리고 폭력화가 되는 경우는, 나 중심적인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선입견과 고정관념 중에는 '남성은 다 그래', 혹은 '여성은 다 그래' 등과 같은 것도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내담자를 쉽게 만난다. 자신이 경험한 남성이나 여성을 과일반화하면서, 그 틀에 맞추어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다. 아예 상담심리를 모르는 사람은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데, 살짝 상담심리를 배웠거나 아니면 자신이 획득한 지식을 우상화 하는 사람들이 이런 실수를 한다.

 

따라서 상담심리를 배우는 것은 자유이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 바람직할 수 있으나, 그것을 잘 못 활용하는 것은 동일한 칼을 손에 들고 요리를 할 것이냐, 아니면 강도행위를 할 것이냐와 같이 전혀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 것과 같은 지식을 가지고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결과의 차이가 온다는 것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자녀, 배우자, 혹은 가족을 치료하기 위해서, 상담하기 위해서 상담이나 심리 관련 책을 본다면, 그 방향은 자신에게 향해야 하며, 결코 습득한 지식으로 자녀, 배우자, 그리고 가족을 판단하거나 재단하는 것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상담관계란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과 맺는 관계이다. 이미 직장 동료, 종교 공동체의 지인, 친구들, 학교 선후배 등의 사적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상담관계를 덤으로 맺는 것은, 상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비밀보장이 허물어지면서 기존의 인간관계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아울러 상담이 아니라 넋두리, 뒷담화, 혹은 수다로 변질될 수 있다. 부디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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