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독서

[책읽기]기프트

공진수 센터장 2009. 2. 14. 11:53

 

 

어슐러 K. 르귄의 서부 해안 연대기 중 하나인 기프트(시공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을 요약하면, 독특한 능력을 선물로 받고 태어난다는 그 어떤 시대에 태어난 오렉. 그에게도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그의 아버지 카녹.

 

그러나 오렉의 숨겨진 선물, 즉 그의 능력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다 벌어진 살무사를 죽이는 사건을 통해서, 오렉에게는 무엇인가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그의 아버지. 그리고 이러한 그의 능력은 통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불안감 속에서 3년간 그의 눈을 가리고 살게 하는 그의 아버지.

 

아울러 이러한 소문이 그의 주변에 나면서 그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능력에 대해서 스스로 세뇌 당하는 오렉.

 

그리하여 눈가리개를 가리고서 살아야 하는 비운의 운명.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사망하기 전 그가 눈가리개를 벗고 그의 어머니를 보았을 때와 에몬이라는 사람이 전해준 책을 통해서 그리고 그의 길잡이용 도우미 검둥이를 직접 바라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살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오렉.

 

아울러 잠시 머물다 떠난 에몬의 충고로, 고지대를 떠나 저지대에서 오렉은 오히려 문학과 예술가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눈을 열어주면서, 그는 그의 아버지 카녹의 사망 이후 어릴 때 결혼 약속을 한 그라이와 저지대로 떠나는 내용이 담긴 소설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편의 중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부족간의 갈등과 정략결혼 등을 통해서 적대적 관계를 해소할려는 시도 등이 그렇고, 개개인에게 신비로운 능력이 주어져서 부족을 이끈다는 신비주의 역시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궁금하기 그지 없는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좀 더 책의 제목에 몰두를 해 본다면, 저자의 의도는 오늘날에도 각자에게 주어진 개개인의 능력 - 선물 -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재능이 오히려 우리 개개인을 삼킬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되돌림이 긍정적일 때에는 문제가 안될지 모르지만, 반대로 부정적일 때에는 이 소설의 오렉처럼 인생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아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과대평가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주는 카녹과 같은 모습은, 오늘날 현대인의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때, 이 소설이 주는 교훈은 부모는 부모로서, 자녀는 자녀로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잘 파악하고 계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소설 속의 에몬은 잠시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이지만,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멘토와의 만남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배우게 된다.

 

분명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생명을 주시고 재능과 능력을 주신 것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물도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선물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던 질문이다.

 

끝으로 영어에서 기프트는 '선물'이지만 독일어에서 기프트는 '독'이다. 비록 언어는 틀리지만 이 소설과 연관하여 잠시 떠올라 적었다.

 

 

 

02-365-5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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