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심리치료]사과를 받아 주지 않는 아이

공진수 센터장 2012. 6. 27. 10:41

 

 

 

학교에 집단임상을 들어가보면 정말 다양한 내담자들을 맡겨 주시고 또 만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담자들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동안 특별한 인상을 남기는 내담자들이 바로 그들인데요, 오늘은 그 중의 한 명 사과를 받아 주지 않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내담자는 10회기 프로그램 진행 도중 6회기부터 참석을 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 중간에 이 내담자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 담당 선생님은 매우 미안하게 생각을 했지만, 치료사의 입장에서는 나의 도움이 그들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득이 된다면 하는 생각에 중도 합류를 허락을 했습니다.

이미 10명의 내담자들은 1회기부터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였기에 라포 형성도 잘 되어 있었고, 프로그램의 진행 규칙에 대해서도 많이 인지가 되어 있었지만, 이 글의 주인공이 되는 이 내담자는 6회기에 들어오자 마자 안하무인식으로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또래들이 이 내담자에 대해서 다양한 부정적 이미지를 늘어놓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치료사로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고 이 내담자에게도 다른 내담자와 비슷한 사랑과 관심을 주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회기에선가 또래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정황을 보니 다른 내담자가 이 내담자에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다른 내담자에게 사과할 것을 훈련시켰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묘해졌습니다. 물리적으로 충돌을 가한 내담자가 사과를 했는데, 정작 피해자(?)인 이 내담자가 무의식적으로 말한 내용이 치료사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 사과 안 받아줄거야....."

당돌한 이 내담자의 반응을 보고 뭐라고 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멍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6회기에서 10회기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 내담자의 변화를 관찰하고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짧은 기간 동안 이 내담자에게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항상 또래 집단 뿐만 아니라 자기보다 상급 학년의 누나 형들에게도 배려심이 떨어지는 내담자의 모습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치료사로서 이 내담자에게 훈련시켜 주고 공감을 얻도록 해주고 싶은 것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과를 잘 받아주는 것과 이 내담자 역시 고의성의 유무를 떠나서 실수를 했을 때 사과를 잘 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게 해 주는 것이었죠.

사과를 잘 받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과를 잘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자존심이 참 강한 아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회성과 배려심으로 이 아동이 성장을 한다면 또래 집단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때, 치료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내담자입니다.

오늘 문득 이 내담자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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