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중독과 집중

공진수 센터장 2015. 8. 26. 10:06



www.동행심리치료센터.kr 

전화문의 & 강의의뢰 : 070 4079 6875 / 070 4098 6875


지난 여름 무기력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고 싶다. 무기력증에 빠진 청소년들을 만나서 심리상담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일단 의욕이 없기 때문에 심리상담에 대한 참여의지가 적고,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타인의 권유에 의한 참여이기에 더욱 더 참여의식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심리상담 시간 내에서도 돌발상황이 많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조작을 하면서 디지털 중독 증상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무기력했던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기만 손에 잡았다 하면, 눈이 반짝거리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중독적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독과 집중은 비슷한 생리를 가지고 있다. 바로 몰입이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이나 집중에 빠진 사람들은 주변의 상황과 환경 등에 매우 둔감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중독과 집중에 빠진 대상에 대해서는 굉장한 몰입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과 집중은 분명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중독은 대상의 힘에 의한 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면, 집중은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서 몰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디지털 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을 보면, 디지털 기기와의 놀이 속에 집중을 하다가 중독이 되어 버린다. 즉, 어느 순간부터는 자의에 의해서 통제나 제한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사자도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아울러 중독에 빠진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매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공부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매우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이러한 현상이 지속화되면,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증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사람들도 기피하고 사회생활도 회피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디지털 기기에 빠지는 몰입 혹은 중독은 더욱 더 가속화된다.


여기에 심리적으로는 잔소리 하는 부모 혹은 보호자들의 환경도 한 몫을 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사람이란 잔소리를 들으면 지금까지 행하던 행위를 중단할 것 같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적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방어기제가 작동되면, 더욱 더 잔소리 들을 행위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반동형성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 중독적 현상을 보이는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하면, 그 잔소리 때문에 더욱 더 중독적 현상에 몰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반항적이고 저항적인 방어심리가 작동이 되면서, 지금까지 지속한 행위를 더욱 더 유지하려고 하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독적 현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을 그 증상에서 완화시키거나 변화를 시키는 것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부모나 주변인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타박을 하거나 야단을 치거나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 디지털 기기 이외에도 흥미로운 일들이 많음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 하더라도 그것이 잔소리나 비난으로 들리게 되면,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아울러 디지털 기기와의 놀이에 과도하게 집중을 한다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약속을 하여서 그것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으며, 잘 지켰을 때에는 거기에 적절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이미 중독적 현상을 보인다면, 좀 더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여서 중독적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부모나 보호자가 해 주어야 할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