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함묵증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미술치료

공진수 센터장 2015. 8. 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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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아동이나 청소년들을 상담하다 보면, 함묵증에 걸린 아동 및 청소년들을 만나게 됩니다. 풍부한 언어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않는 함묵증 아동 및 청소년들을 보면, 그들의 보호자나 부모들은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말을 해줘도 알아 들을까 말까한데, 하물며 말로 표현하지 않으니 보호자나 부모들은 답답하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답답함이 극에 달하면, 그것이 분노로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함묵증 증상을 보이면, 그것을 이해하기 보다는 다그치거나 야단을 쳐서 말을 하도록 하게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때에는 이러한 증상이 병적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제가 만났던 함묵증 증상의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정적으로는 정서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가정이 많았답니다. 부모가 자주 다투거나 가족간의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집의 자녀들이, 함묵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환경에 대해서 두려움이 많은 아동 및 청소년들도, 함묵증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함묵증 증상을 보이는 아동 및 청소년들의 심리 속에는, 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와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어떤 말을 했을 때 부정적 피드백을 당한 경우가 많았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말을 했을 때 전혀 아무런 영향력을 주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 궂이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신념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한 가정의 한 자녀는, 부모의 부부싸움 때에 가졌던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어떠한 역할이나 개입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감이 학습화 되면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까지도 무기력화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인기피적인 현상도 매우 심했습니다. 처음에 만났을 때 시선접촉을 하지 못하고, 서로 대화는 더더욱 되지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을 이어가자니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미술작업을 하면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작업을 공유하며, 느낌을 공유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음의 문이 열리니 입도 열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작은 음성이지만 그리고 최소한의 표현이지만 격려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용기를 불어 넣어 주어야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 자녀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 환경에 대한 두려움,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극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부모의 관계에도 예전과는 다른 변화를 추구해야 했습니다. 부부가 살면서 다투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여과없이 자녀 앞에서 노출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궂이 부부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면, 자녀들에게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대신에, 궂이 부부싸움의 방법이 아닌 대화를 통해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은 걸렸지만 자녀의 증상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낀 부모들은, 다행히도 상담사의 권면과 직면에 저항을 하는 대신에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면서 자녀는 자녀대로 극복이 되고, 부부는 부부대로 극복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미술작업이라는 공동의 작업이 또 다른 대화와 소통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자녀의 말문을 여는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미술치료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지금도 함께 작업했던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이 흐믓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한 사람 혹은 한 가정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상담사인 저에게는 더 큰 행복임을 알기 때문을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