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근묵자흑

공진수 센터장 2021. 9. 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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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 중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하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 저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으면서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술문제가 있었고요, 어머니는 우울증 때문인지 저에게 자주 화나 짜증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 때 제가 가졌던 감정이 무엇인지 아세요? 나는 이 다음에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저렇게 살려면 결혼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지금 제가 아이들에게 우리 부모처럼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

 

"선생님, 저의 아버지는 외도를 반복적으로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너무나 미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싸우면 어머니편에 서서 눈물을 흘리기도 많이 했지요. 제가 결혼을 하면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아갈까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남편에게 홀딱 반해서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잘 살아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아버지와 다른 스타일의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도 강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으면서 어머니와 같은 삶과 직면한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제가 자주 이야기하지만 사람은 아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대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이 괴물이 되는 경우도 많고,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과 증오, 혹은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살다 보면,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삶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위에 적은 두 사례가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첫 번째 사례가 부모의 양육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양육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나 자신이 결혼 후 자녀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부모의 모습을 답습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 사례 역시 부모의 모습에서 아버지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아버지와 다른 남편을 선택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어머니의 대응 스타일을 내가 그대로 닮았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조심 조심하면서 남편을 대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불안감으로 인하여, 부부관계나 부부정서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심한 분들은 예방적 차원에서 남편을 통제, 감시, 검열,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원가족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로 인한 익숙함에 빠지고, 그 익숙함으로 본의 아니게 새로운 부정적 에피소드가 당신의 삶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익숙함이 모두 부적절한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한 것에 대한 익숙함은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가져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부정적 익숙함, 부적절한 익숙함을 가지고 있다면, 일차적으로는 상처치료가 필요하고, 이차적으로는 동일한 에피소드가 발생되지 않도록 성찰과 통찰을 해야 하며, 삼차적으로는 익숙함을 대체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삶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혼자의 노력으로 가능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찰하며, 함께 통찰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근묵자흑과 같은 삶이 이어진다면,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하여 부적절함 익숙함의 반복을 마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동력을 얻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