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독서

[책읽기]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공진수 센터장 2009. 1. 15. 17:52

 

 

2008년 9월 경제 위기 이후 여기저기서 힘들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이러한 가운데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있으니, 바로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원제는 인듀어런스로 되어 있는 이 책은, 2000년초 한국어판이 나온 이래 약 9년이 되어가지만,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이 책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하는 노하우를 전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떠한 난관과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인간의 투지와 리더십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은 실화와 그 실화속에서 기록된 일기 등을 근거로 만들어졌기에, 비교적 객관적이며 사실적이다. 아울러 지나친 무용담이 판을 치지 않는 글의 절제감도 돋보인다.

 

때는 1900년대초. 남극을 횡단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1901년 영국 탐험가 로버트 스콧이 이끄는 국립 남극 탐험대. 남극 대륙 깊숙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남극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1907년 섀클턴이 이끄는 남극점 도전은 식량 부족으로 최종 목적지 156 킬로미터를 앞두고 돌아서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섀클턴은 귀국 후 영웅 대접과 함께 수많은 강연과 책을 쓰는 등 사람들의 관심속에 살았다.

 

그리고 1909년 로버트 에드윈 피어리가 이끄는 미국 탐험대가 북극에 도달했고, 1911년말부터 1912년초 스콧의 두번째 탐험이 남극점에 도달하는 성과를 거두지만, 이미 아문센이 다녀간 이후의 일이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섀클턴의 남극 탐험은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그가 타고가게 된 배의 이름은 인듀어런스. 그의 집안 가훈인 '우리는 인내로 정복한다'와 의미가 일치하는 배의 이름.

 

5천여 명이나 몰리는 지원자 속에서 26명의 탐험대원이 선발되고, 후에 1명의 밀항자까지 포함된 총 28명의 탐험대원은 1914년 8월 5일 플리마우스에서 출정하여, 1914년 12월 5일 사우스조지아 섬을 출항하면서, 기나긴 그리고 예상에도 없던 남극해의 항해가 시작된다.

 

1915년 1월 18일 부빙에 포위되어 표류하던 인듀어런스 호는 그해 10월 27일 탐험대가 그 배를 포기할 때까지 남극 대륙에 도달하지도 못한채 표류하다, 급기야 그해 11월 21일 침몰하게 되며, 부빙으로 옮겨 탄 탐험대는 1916년 4월 9일까지 부빙 생활을 하다 작은 보트 3대로 옮겨 탄 후,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엘리펀트 섬에 도착하며, 그곳에서 섀클턴과 5명의 대원이 모험을 건 구조요청 시도가 성공하면서 모든 대원들이 사망자 없이 구조되어 돌아온 것이, 이 위대한 항해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러한 산전수전 겪는 이야기 못지않게 중요한 메세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섀클턴의 리더십.

 

독특한 개성을 가진 27명의 탐험대원들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그들을 잘 이끌면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결국에는 구조의 손길까지 연결되어 모든 탐험대원들의 생명을 구한 그의 의지와 리더십은 과히 초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가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면면은 책을 읽는 동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의도가 그의 인간미나 리더십을 미화시켰을 수는 있으나, 섀클턴 혼자 살아온 것도 아닌 아니고,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록을 남긴 대원들의 자료들을 근거로 적은 실화이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편견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함께 한 탐험대원 역시 삶과 죽음이 오고가는 상황속에서, 되도록이면 절망이나 실망 그리고 자신감과 확신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는 것 역시 우리 독자들을 통해서 찬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섀클턴의 탐험이 남극점에 도달하는 원래 목표로만 보았을때에는 실패이지만, 출발에서부터 살아서 생존하여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남극점 도달 못지않은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쿵쿵 뛰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읽었다. 그리고 글 속의 상황을 나의 상상력과 내가 만들수 있는 이미지로 바꾸어가면서 읽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섀클턴이었다면.....' 아니 '내가 그 탐험대원의 한 사람이었다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과연 나는 그 상황에서 섀클턴과 같은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절망보다 희망을, 죽음보다는 삶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극한 상황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실화이다. 어찌보면 무용담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용기와 꿈 그리고 의지와 자신감 거기에 긍정적인 도전의식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내용들이 가득찬 책이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서 최근의 환경이 어렵다고 넋두리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고 용기를 얻기 바란다.

 

삶과 죽음이 오고가는 순간에도 희망이 놓지 않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서, 비록 지금으로부터 약 95년전의 실화이지만 이 실화를 통해서 우리가 힘과 용기를 얻는다면, 섀클턴의 도전과 생존이 우리에게 위로와 함께 큰 동기부여를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듀어런스.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아니 절망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