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독서

[책읽기]대결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공진수 센터장 2009. 1. 20. 19:06

 

 

세계사를 돌아보면 결정적 순간에는 분명 결정적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 인물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결정적 인물은 평범한 인간이 아닌 천재 혹은 천재성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천재들에 대한 연구를 한 루돌프 K. 골트슈미트 옌트너의 저서 '대결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은,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 사건 속에 존재했던 천재들의 이야기이다.

 

원제만 보아도 그렇다. 독일어 제목 Begegnung mit dem Genius가 바로 '천재와의 만남'이기에, 천재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들, 그것도 자의든 타의든 라이벌로서 살았던 천재들의 대결을 통한 세계사를 보여주는 것은 흥미롭다.

 

대표적인 예로 카이사르 대 브루투스, 교황 그레고리우스 대 황제 하인리히, 나폴레옹 대 메테르니히,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 미켈란젤로, 괴테 대 클라이스트, 실러 대 횔덜린, 엘리자베스 대 메리 스튜어트, 니체 대 바그너 그리고 예수 대 유다를 저자는 그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예로 제시하고 있다.

 

분명 정치, 종교, 문화, 철학 등에서 굵직한 획을 긋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고, 동시대를 살면서 정치적, 종교적, 사상적, 문화적 혹은 역사적으로 친구였다가 적이 되는 관계를 통해서, 완벽한 천재는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는 내용들이 책 속에 전반적으로 흐른다. 그리고 이러한 불완전한 천재들의 적대적 (?) 관계성 속에서 흥하는 자도 있고 망하는 자도 있지만, 결국 흥한자도 망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천재성이라는 것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카이사르 대 브루투스의 경우, 카이사르를 암살하는 브루투스, 그러나 카이사르의 암살 이후에 필요한 정치적 마인드의 부족으로, 역사적으로 배반과 배신자의 대표자가 되어 버리는 브루투스의 단순함을 읽을 수 있는 카이사르 대 브루투스의 내용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타산지석으로 삶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울러 레오나르도 다빈치 대 미켈란젤로의 경우를 볼 때, 지는 천재와 뜨는 천재 - 여기서는 별이라고 하지만 -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미켈란젤로 역시 라파엘로라는 뜨는 천재와 함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볼 때, 천재의 영원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괴테 대 클라이스트의 경우, 천재 괴테의 사람을 파악하는 통찰력에는 문제가 없었나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천재 괴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짧은 생애를 산 천재 클라이스트의 모습을 보면서, 천재들간의 결정적 순간이 극단적인 결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놀라움도 볼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예수 대 유다의 내용은, 그리스도교도들이라 하더라도 성경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은 내용 -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들에 대한 언급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지난 역사를 천재들의 결정적 만남에서의 결정적 사건과 순간이라는 관점에서 해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적 순간이 대결이라는 상황 속에서 그 당대와 그 후세의 평가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복잡한 현대인들의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손자병법과 같은 지혜로 다가온다. 아울러 어떠한 상황 속에서든 - 천재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 냉정한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그 시대를 읽어내고,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이런 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천재들의 과오는, 오늘날의 천재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고 생각된다.

 


 

02-365-5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