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전에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설연휴도 있고 해서 제대로 읽지 못하다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이 책은, 내가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였기에, 영화를 보았을 경우 가지게 될 수 있는 선입견 없이 책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사형수 - 윤수 -가 적은 블루노트와 주인공 유정의 이야기가 함께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윤수와 유정은 유정의 고모를 통해서 교도소의 면회장소에서 정기적 만남을 통해 두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변화를 한다.
그런 가운데 사형수 윤수와 유정 각각 삶 속에서 받았던 수많은 상처와 죽음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깨달음을 얻게 되고, 용서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결국 윤수는 죄의 값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그가 남긴 블루노트를 통해서 우리들은 사형수 윤수의 지난 모습들을 보게 된다.
한편, 어린 나이에 친척의 강간으로 자살시도까지 했었던 유정 역시, 윤수와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상처 그리고 그 상처로 인하여 용서하지 못하던 사람들에 대한 용서를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사형수라는 존재가 그저 사회에 저지를 범죄로 인해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로만 느껴진다. 그리고 증오의 대상일수도 있고, 비호감의 대상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을 통해서 보는 사형수의 단면은, 그들 역시 평범하고 연약한 한 인간이라는 것과 삶의 여정 속에서 어떠한 환경과 조건이 그들을 죄인으로 그리고 사형수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의 경우, 윤수의 가정환경에서 그리고 그의 불행했던 청소년 시절을 지나, 공범에게 배신까지 당하면서 당해야 했던 억울함 등등.
유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10대에 그것도 지인으로부터 당한 강간의 상처.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 여기에 비관하여 시도했던 자살 등등, 짧은 생을 살아가면서도 인생의 쓴맛과 그 인생 속에서 겪어야 했던 상처들, 그리고 해소되지 못한 용서의 기회와 용서의 마음 등등.
그러나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비록 한 사람은 - 윤수 - 자유가 속박당하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의 집행 앞에서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 유정 - 비록 자유로운 사회 속에서 살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유하지 못하는 부자유자가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서 진실한 대화 속에 서로를 비추어보며, 서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군포여대생 피살사건과 경기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잡히면서도, 범죄자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너무 무덤덤한 것 같다. 죄인은 죄값을 치루어야 한다는 막연한 상식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한번의 사회적 충격 속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즈음에 내가 소설을 통해서 접한 사형수의 이야기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미 소설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신 앞에서 윤수가 될 수도 있고 유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공지영의 소설을 통해서 죽음을 앞두고도 행복한 사형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끝으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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