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재혼상담]칠곡 계모 사건을 바라보며

공진수 센터장 2014. 4. 10. 09:40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아동교육아카데미 아동심리상담사/놀이치료사 지도교수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학교폭력 예방상담사

음악심리상담전문가 (음악치료사)

미술심리상담사 (미술치료사)

에니어그램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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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상담 : kongbln@daum.net

 

예전에 상담사들 모임에 갔더니 모인 분들 중에 어떤 분이 하는 말을 들었다. '이 사회는 참 이상해! 사람이 죽어야 법도 바뀌고 인식도 바뀌고 하니 말이야.' 정말 그런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성폭행이란 것이 우리 사회에서 지금처럼 회자된 것은, 성폭행으로 죽는 사람이 나오니 법을 만든다 또는 무엇을 어떻게 한다 하면서 조금씩 제도가 갖추어진 것 같다.

최근에 불거진 칠곡 계모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참 씁쓸했다. 본질을 떠나서 사건 정황과 거기에 따른 처벌 등에 치우진 보도들과 많은 분들의 공분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본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적 윤리적 도덕적으로 계모라고 하더라도 - 실제는 친부나 친모

그리고 계부라고 하더라도 - 계자녀를 폭행하거나 학대하거나 살인까지 하는 것은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처벌이 과연 이 사건의 본질일까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의 본질은 재혼가정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초혼가정에 비해서 여러모로 어려움을 안게 되는 것이 재혼가정이고, 그 어려움 속에서 문제해결 방법 중 가장 최악의 경우가 바로 칠곡 계모 사건이며, 이러한 것은 언제든지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볼 때, 우리는 재혼가정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를 하고 재혼을 하시려는 분들에게도 심사숙고 뿐만 아니라, 재혼가정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미리 예측하여 준비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이혼이 만연하고 있다. 여기에 따라서 재혼도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혼을 할 때에도 그렇고 재혼을 할 때에도 그렇고 전문적 상담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혼의 경우에야 변호사를 통해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겠지만, 재혼의 경우에는 궂이 변호사를 만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심리상담사를 찾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초혼의 실패가 재혼의 실패로 이어져서 초혼 이혼율 못지않게 재혼 이혼율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재혼가정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갑자기 늘어난 가족들이다. 초혼 가정의 경우에는 적절한 시간 간격으로 가족이 늘어나면서 가족체계를 만들 수 있고 가족규칙을 만들 수 있지만, 재혼 가정의 경우에는 갑자기 늘어나는 가족 구성원과 그 관계성이 복잡해진다. 계부, 계모, 계남, 계녀 등등의 복잡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들의 경우 친모나 친부가 살아 있을 경우, 계부 혹은 계모에게 충성을 해야할지 아니면 친모나 친부에게 충성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충성심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거기에 재혼을 한 부부가 친자녀와 계자녀에 대한 양육적 협의없이 자녀들을 대하기 시작할 때 문제는 발생하기 시작한다.

서로가 친자녀만을 끼고 돈다는 상대편에 대한 섭섭함 그리고 피해의식과 함께 반대로 계부모는 배우자를 의식하여 계자녀에게 잘해 주어야 한다는 갈등 그리고 친부모들은 그것을 바라보는 친자녀들에게 미안한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들이 혼재하면서 결국에는 무기력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학대하는 계모나 계부 옆에 있는 친모나 친부가 방관을 하는 경우도 발생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재혼을 할 때 서로가 좋으니까 서로가 비슷한 입장이니까 서로를 잘 이해하고 그렇다면 계자녀들에 대해서도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현실적 기대에서 벗어나 초혼가정보다 더욱 더 많은 어려움이 다가올 것을 예비해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놓는 것이 좋다.

또한 초혼의 실패 그리고 이혼의 아픔을 갖고 재혼을 하는 경우, 전혼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이혼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재혼을 하는 경우, 그 재혼가정은 매우 혼란 속으로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전혼관계의 배우자가 살아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혼란함이 더욱 가중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재혼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이러한 것을 연구해 보거나 겪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결국 재혼가정이 초혼가정보다 더욱 심리적,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심리상담사들의 몫인 것 같다. 초혼가정의 심리와 이혼가정의 심리 그리고 재혼가정의 심리 등을 연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적절한 중재와 개입을 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칠곡 계모 사건의 본질은 이것이라고 나는 느끼는데, 보도를 보면 본질은 없고 형량이 적다느니 학대한 계모와 방관한 친부가 나쁘니 사진을 공개하라는 등등의 글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바라기는 사건의 본질을 보면서 공분을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