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진수 센터장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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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가 난지 어언 10일 정도가 되어간다. 생존자와 그 가족, 사망자와 그 유족, 실종자와 그 가족 등등 현재 다양한 피해자 가족군들이 존재한다. 다시 정리해 보건대 이번 사고에서 생존을 하였든, 사망을 하였든, 현재까지 실종으로 남아있든 이번 사고와 관련된 생존자와 그 가족들,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모두는 이번 사고의 피해자이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은 이들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은 하지 말 것을 나 나름대로 정리하여 적어본다.
1) 빨리 잊어라!
정신적 외상은 잊으려고 한다고 잊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외상을 받게 되면 자아가 매우 약하게 된다. 따라서 심리치료도 쉽지 않고 심지어는 너무 괴로워서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아가 약한 사람에게 막연히 잊으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더욱 괴로움을 주는 행위이다. 잊느냐 아니면 극복하느냐는 이번 사고를 겪은 당사자들의 자아가 강해질 때 스스로 이번 사고에 대한 수용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리치료는 상처받은 자아를 튼튼히 하는 것에 목표를 들 필요도 있다.
2) 이제 그만해라!
피해자 가족들을 바라보는 주변인들이 처음에는 피해자 가족들을 공감하고 지지하며 위로하는 듯하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감정이 변하거나 주변인들도 소진이 되는 경우 무의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정신적 외상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같은 사고를 겪더라도 어떤 분은 쉽게 극복하지만 어떤 분들은 평생동안 상처를 극복할 수 없을 수도 있기에 주변인들은 주의를 해야 한다.
3) 당신보다 더 한 사람도 살아가는데.....
위로한다고 말하는 것 중에는 방금 위에 적은 것처럼 말하는 분들이 있다. 결코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두 번째에서도 적었던 것처럼 같은 사고를 겪은 사람도 다르게 느끼듯이, 다른 사람의 예를 끌어와서 위로하는 것은 피해자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비교하는 듯한 표현은 금하길 바란다.
4) 일에 집중하거나 몰입하면 될 거야!
이것 역시 위험하다. 방금 위에서 일이라고 적었지만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일 대신에 술이 될수도 있고 약물이 될 수도 있다. 잠시 잊기 위해서 다른 것에 몰두하는 것은 위험하다. 술과 약물 혹은 일을 통해서 잠시 잊을수는 있지만, 문득 떠오르는 정신적 외상은 결코 술이나 약물 그리고 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일중독이나 알코올중독 혹은 약물중독이 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분들이 나중에는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에 잘 빠진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5) 산사람은 살아야지!
많은 장례식장에서 듣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특히 애도기간에 감정을 잘 추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해 주는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말이 위로가 되지 않을수도 있다. 살아 돌아온 자의 심리는 죄책감과 자책감으로 가득하다. 이것을 극복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을 막연히 산사람은 살아야지! 라는 표현으로 왜곡시키지 말았으면 한다. 적절한 애도기간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6)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인간에게는 자이가닉 효과 같은 것이 있어서 미해결된 문제가 남아 있을 경우에는 그것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피해자 가족들이 갖고 있는 부적감정이 미해결된 상태에서 막연히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고 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부적감정을 편안하게 해결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부적감정에서 정적감정의 세계로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조집단을 구성하여 집단상담을 하거나 그들의 부적감정을 잘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금 피해자 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은 전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 그리고 위로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은 언어적 표현 못지않게 두 손을 잡아주거나 품으로 안아주는 등의 비언적 표현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설픈 공감이나 지지 그리고 위로보다는 당신의 아픔을 함께 한다는 것, 당신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이번 사고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 등등의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공감하고 함께 슬퍼하며 그들을 돕기 위해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부족하나마 몇 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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