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심리칼럼]퇴행과 고착

공진수 센터장 2014. 5. 10. 09:45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아동교육아카데미 아동심리상담사/놀이치료사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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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 대가이자 창시자인 프로이드. 그의 이론들 가운데에는 방어기제라는 것이 있다. 스트레스나 불안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대체하는 양식이다. 이러한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사고와 행동 등으로 볼 수 있는데, 누구나 방어기제는 다 가지고 있으며 방어기제의 종류도 다양하듯이 그 다양한 방어기제를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리상담을 하다보면 내담자가 어떤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관찰을 한다. 결국 방어기제가 한편으로는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에 스스로가 알 수 없는 경우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방어기제에 대해서 성찰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방어기제에는 자아도취적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 신경증적 방어기제 그리고 성숙된 방어기제로 나누어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방어기제에 대해서 성찰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편 이러한 방어기제 가운데에는 퇴행과 고착이라는 것이 있다. 먼저 퇴행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서 대소변을 잘 가리던 아동이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의 관심을 빼앗겼을 경우, 동생과 같이 대소변을 가리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동생에게 주어지는 관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 혹은 시집을 간 딸이 부부싸움이나 힘든 시집살림 때문에 보따리를 싸서 친정으로 돌아가 버리는 행동 등등 현재의 갈등과 불안에 대해서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행동양식을 말한다. 아울러 고착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서 모유수유 기간이 너무 짧아서 구순좌절감을 겪었거나 반대로 모유수유가 과도하게 길어서 구순만족감을 얻은 경우 혹은 대소변을 가릴 시기에 너무나 엄격한 부모 아래에서 자라거나 반대로 너무나 방임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경우 그 시기의 성향에 머무는 것이다. 후자의 예인 경우 엄격한 사람이 된다든지 아니면 무관심한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론에는 반론도 많을 수 있다. 어찌 어릴 적 경험으로 전 인생을 판단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는 이론이기도 하다.


갑자기 심리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위에 적은 것에 대해서 의아해 하실 분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 본 것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연관이 있는 듯하여서 먼저 적었다. 사실 오늘은 내가 졸업한 대학교 재상봉 25주년, 50주년 그리고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신촌에 위치한 나의 모교 대학교를 나는 80년대 중반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오기 전까지 나의 모교 대학교는 하루도 쉬지 않을 정도로 학생시위의 중심지에 서 있었다. 따라서 등교를 위해서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내려서 모교 정문까지 가는데에는 수많은 전투경찰들이 방패와 투구를 쓰고 인도를 따라 줄지어 서 있었고, 지나가는 대학생들 중 임의적으로 선택(?)된 사람들은 가방과 배낭 등을 전투경찰들에게 보여주고 지나가야 했다. 약 1킬로미터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3번 혹은 4번 전투경찰의 검색을 받기도 했다. 참 불쾌하고 기분이 상하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작금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30여년전의 모습을 다시금 보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 가족들이 억울함 때문에 이동하는 곳곳에는 경찰들이 동원되고 있고, 노란 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의 제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하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날 퇴행과 고착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퇴행이나 고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적절한 퇴행과 고착은 바람직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서 오랫만에 동창을 만났을 경우 가지게 되는 퇴행은 적절한 것이다. 또한 부모가 아이들과 놀아줄 때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행동방식으로 놀아주는 것 등은 긍정적인 퇴행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적절하지 않은 퇴행과 고착은 한 개인과 그 사회의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퇴행적이며 고착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민감하게 체크해 보아야 할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하냐이다. 그리고 미성숙의 단계에서 성숙한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금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세월호 참사는 참 다양한 화두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