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무기력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공진수 센터장 2014. 10. 22. 11:58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아동교육아카데미 놀이치료사 지도교수 

부부심리상담사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학교폭력 예방상담사

음악심리상담전문가

미술심리상담사

에니어그램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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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관심에서 가장 많은 관심사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람 중에서도 자신에 대한 관심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실례를 들어보면, 어떤 중학교에 가서 집단으로 심리상담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집단이고 함께 생활하는 중학생들이다보니,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내어보기에는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미술요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술요법에 대한 선호도가 집단 안에서도 나뉘어지기에 쉽지만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담자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을 하거나 도움을 주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 것으로 보아서,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자신에 대한 관심과 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질문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위에도 잠시 적었지만, 이러한 작업에 저항적이거나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내담자들도 많으니, 그들을 만나고 보면서 느끼는 점들이 많아서 여기에 몇 자 적는다.


사실 자신에 대한 분석에 대해서 거부감을 드러내거나 저항을 하는 내담자들을 보면 자존감이 낮다. 자존감이 낮다 보니 자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자아 인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자신을 내어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자신의 무가치함을 느끼니 마음도 우울하다. 말 그래도 종합적인 그리고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를 하지만, 자존감을 높이는데에는 큰 도움이 안되는 감정들이 가득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떤 작업을 할려고 해도 무기력하게 또는 무관심하게 반응을 하면서, 더욱 더 좌절감과 실패감을 맛보게 된다. 이런 면에서 무기력한 집단보다는 오히려 ADHD와 같이 과잉행동을 하는 집단이 임상에서 조금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역동적인 집단일수록, 그 에너지를 잘 활용하면 되니까 말이다.


요즈음 학교에 가보면 과잉행동이나 공격적인 행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지만, 여기에 못지않게 무기력한 아이들도 굉장히 많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없는 것을 떠나서, 심리적 그리고 정서적 에너지가 바닥인 아이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모든 면에서 무기력하다. 학업에서도 무기력하고, 또래 관계에서도 무기력하다. 감정 표현에 있어서도 무기력하고, 활동에 있어서도 무기력하다.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언제부터 이렇게 무기력해졌는지에 대해서도 자신도 모르고 부모도 모른다. 왜냐하면 갑자기 무기력해지면 금방 눈에 보이지만, 서서히 그리고 점진적으로 무기력해지면 잘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옆에서 함께 생활하는 하는 사람은 더더욱 모른다. 쉽게 말해서 서서히 살이 빠진 경우에 주변인들이 더 잘 모른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은 금방 알아보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무기력하니 학업성취도도 낮고, 무기력하니 모든 것이 재미가 없다. 짜증도 나지만 짜증을 낼 기운조차 없는데, 주변에서는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더욱 짜증을 나게 만든다. 부모는 잔소리를 하고, 선생님은 관심을 주지 않는다. 친구들과 또래들도 서서히 거리감을 두어서, 언젠부턴가 외톨이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감정 표현은 점점 줄어들거나 제한적으로 되면서,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도 못한다. 서서히 자존감은 사라지고 살아야 할 가치와 의미 역시 없어지게 되면서, 부정적인 사고 그리고 극단적인 사고에 서서히 빠져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부모는 사교육이라도 시켜서 학업성취를 높이겠다고 힘을 쓰지만, 원인찾기와 해법에서 전혀 다른 길을 찾는 바람에, 아이들은 더더욱 수렁에 빠지게 된다.


요즈음 아이들은 매우 지쳐있다. 말 그래로 소진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휴식이 필요하고 충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들의 환경과 아이들에 대한 요구 그리고 기대는 그렇지 않다. 쉬지말고 노력하라고 다그치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전체 인생이 망할 것처럼 공포분위기를 만든다. 잘 된 사람들을 보고 배우라고 모델로 제시하지만, 지친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마음의 상처가 되고, 비교의식 속에서 좌절감과 패배감을 맛보는 것, 기성세대들은 아는가? 그러다 보니 한번 뒤쳐지면 그냥 포기하고 만다. 다시금 도전할 생각이나 의지는 사라지고, 어찌하면 세상을 쉽게 살 수 있을까?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정작 학교 생활을 통해서 배워야 할 성실성, 근면성, 자율성, 주도성, 책임감, 성취감, 협동심, 동질감, 배려심 등등의 다양한 덕목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서 사회로 배출된 아이들은 다시금 어려움에 빠지는 딜레마의 수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무기력한 아이들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간에 자존감이 낮다. 목표의식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위축되어 있다. 여기에 세상을 수용하는 것에서도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많고, 자신의 모습과 환경을 보고는 매우 우울한 경우도 많다. 그러니 무기력한 아이들을 돕고 쉽다면 야단을 치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세심하고 민감하게 발견하고, 정말 도움이 될 것을 찾아 주고 도와 주어야 한다. 부모란 이런 역할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가르쳐야 할 일을 야단치고, 배려해 주어야 할 일을 비난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아이들은 더더욱 자신의 문제를 그리고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다 10대에 이미 인생의 실패자라는 낙인 아닌 낙인을 품기 시작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자녀가 무기력하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정확한 원인 찾기를 해 보고, 거기에 적합한 도움 찾기를 해 보시라. 부모에게 좋은 것이 자녀에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욕구가 있지만, 자녀는 자녀대로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녀 중심의 양육관을 가지는 부모, 그리고 자녀도 소중한 인격을 소유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자녀 양육에 임하는 부모, 자녀들이 원하는 부모상이라는 것을 아는가? 오늘도 무기력한 아이들을 만나러 나는 학교를 찾아간다. 그리기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리기에 대해서 무기력한 아이들, 놀이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놀이에 대해서 무기력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한 회기 한 회기 지날수록 다시금 살아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심리상담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가치를 느낀다. 무기력한 아이들이라고 해서 심리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죽은 것은 아니다. 너무나 위축되고 너무나 눌려 있어서, 그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부디 무기력한 아이들을 잘 도와주는 부모, 학교 그리고 사회가 되었으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