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진수 센터장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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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심리상담을 위해서 함께 동행한 부모들을 만나보면서 많은 것을 느낍니다. 그 중에 하나는 자녀의 심리상담과 별개로 부모의 교육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요. 자녀들의 변화를 위해서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해 보시라고 권하는 말씀에 대한 반응입니다. 그것은 바로 코칭대로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아동중심으로 혹은 청소년중심으로 양육 스타일을 바꾸어 보시겠어요?' 라고 물으면, 여기에 대답으로 '그렇게 했다가 아이가 버릇이 없어지면 더 안 좋은 것이잖아요!' 하면서 부정적 반응과 함께 도전해 볼 의사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반응의 배경에는 자녀를 믿을 수 없다는 배경이 있는데요, 실제로는 자신을 믿을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 같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잠시 해서 두려움이라는 것은 어떤 두려운 존재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가진 자신 때문에 더 두려워진다는 것 아시나요? 즉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자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두려운 존재가 있게 되면 더욱 두렵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찌보면 말 장난 같기도 하지만 많은 감정들은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위의 예에서도 자녀들이 믿지 못할 존재인 것이 아니라, 자녀를 믿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많은 자녀들은 부모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욕구불만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 중에는 너무 부모가 자기중심적이어서 자녀들의 숨통이 막힐 지경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볼멘소리로 자녀들은 이러한 욕구불만을 언어적으로나 행동적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러한 언행에 대해서 부모들이 민감하지 못하고 예민하게만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단어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바로 민감과 예민인데요, 민감이 타인 중심이라면 예민은 자기 중심이며 매우 피곤한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 보니 자녀와 갈등을 벌이는 부모들의 경우, 민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예민하게 반응을 하면서 갈등을 더욱 키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자녀가 어딘선가 무엇을 도둑질해 왔다고 해보죠. 인간의 언행에는 분명 의식적·무의식적 의미가 있는데, 도둑질도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죠. 갖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일수도 있고, 관심을 끌기 위한 표현일 수도 있죠. 아니면 고의적이면서 습관적으로 도둑질을 하는 경우도 있겠죠. 세 번째의 경우 일종의 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부모들이 이러한 일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자녀가 도둑질한 것에 대해서 그 이유와 의미를 파악하기에 앞서서, 도둑질을 했다는 결과만 가지고서 닥달을 한다는 것이죠. 자녀들은 병적인 도둑질이 아닌데도 매우 나쁜 사람으로 몰릴 때, 자신의 잘못보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저항감이 싹트게 되고, 다음에는 더욱 교묘하게 도둑질을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강화가 되어 버린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로 심리상담에 나오신 부모를 상대로 자녀를 꾸짖기에 앞서서 자녀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하면, 이렇게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자녀의 마음을 헤아리죠!' 라고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녀를 믿지 못한다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과 갈등을 가지고 있거나 자녀들이 심리적·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부모에게는 자녀 중심의 생각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녀를 믿어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더 더군다나 심리상담을 받는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고 자녀를 더욱 불신하거나 '심리상담을 받으면서도 그 꼴이냐' 고 비아냥을 한다면, 심리상담의 효과는 없을 뿐만 아니라, 부모에게 더욱 저항하는 자녀들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믿음을 배우지 못하면, 경쟁이 심화된 이 사회 어느 곳에서 믿음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인간은 믿을 존재는 아니지만 믿어 주어야 할 존재라는 것. 잘 생각해 보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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