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왕따 당하기 싫으면 왕따를 시켜라!

공진수 센터장 2015. 3.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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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학교에 집단임상을 간 적이 있었다. 학급반이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10명 정도의 중학생들이 한 집단을 이루어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맡았었다. 그런데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집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집단임상 2-3회기 정도 시간이 흐르고나니 자연스럽게 내담자 한 명을 왕따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관계를 형성한 어느 회기 때 공교롭게도 왕따를 당하는 내담자가 불참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단임상 안에 존재하는 왕따에 대해서 직면을 하기로 하고 말을 꺼냈다.


상담사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아이들의 육감은 정말 빨랐다. 그 날 불참한 내담자의 이름을 대면서 온갖 악담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머지 내담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그 내담자를 왕따 시킬 수 밖에 없다는 합리화적 논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집단임상을 통해서 내담자들의 심리적·정서적 상처를 치유하려고 온 상담사에게는 적잖은 도전이 아닐 수 없었는데, 다행히도 그 곳의 상담선생님께 최근에 여쭈어 보니 그 내담자가 예전보다는 잘 적응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에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갈 것이 있어서 몇 자 적는다.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왕따 문화를 보면, 왕따 당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의 문제라기 보다는 권력 구조적인 문제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어느 조직이나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나면, 그를 중심으로 일종의 권력 구조가 만들어진다. 아동이나 청소년 사이에도 이러한 문화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권력을 가진 또래에게 모든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다 따르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나 성격적으로 이질적이어서 따르지 않는 아동이나 청소년도 있고, 같은 또래인데 권력을 누리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저항을 하는 아동이나 청소년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왕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잘 난 척 하는 것도, 공부를 너무 잘 해도 왕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여기에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래를 왕따 시키는 경우도 많다. 결국 주류냐 비주류냐 하는 것인데, 아동이나 청소년 사이에도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적이 되는 구조가 있다 보니,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지금은 왕따가 아니더라도 차후에 왕따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성세대는 이러한 것을 잘 모른다. 그저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야 하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말만 한다. 어떤 아동이나 청소년이 또래들과 불편한 관계, 불쾌한 관계를 원하겠는가? 그런데 어느 날부터 또래들에게 왕따를 당하기 시작하면, 왕따를 당하는 아동이나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힘든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벌써 새학기가 시작된지 약 한 달이 지나가는데, 학교생활의 부적응 아동 및 청소년들이 많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문제는 이러한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부모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잘 숨기기 때문에, 부모의 개입이나 전문가를 통한 개입의 시기를 놓친다는 것. 그래서 문제의 초기에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위기개입이 이루어지면서, 해당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더욱 큰 상처와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해서 민감할 필요가 있다. 등교거부나 가출, 물건 잃어버리기나 과도한 용돈요구, 신체적 상처와 우울 및 무기력함 등등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민감하게 여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자녀들이 학교에서 받는 왕따 스트레스 또는 학교폭력 스트레스의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있을 경우, 자녀를 다그치기 보다는 자녀의 감정을 잘 읽어주면서 대화와 소통 체계를 잘 유지해야 하며, 부모로서 한계가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꼭 받도록 해야 한다.


운동 경기에서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동이나 청소년 세계에서 왕따 당하기 싫어서 왕따를 해야 하는 요즈음 세태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