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부부상담]누구를 위하여 부부상담을 받는가?

공진수 센터장 2015. 4. 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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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부부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라면, 이것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을 만나서 부부상담을 진행해 보면, 부부상담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 혹은 목표와 목적에서 '배우자 때문에' 부부상담을 받는다는 사람도 있고, '배우자를 위해서' 부부상담을 받는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러한 논거에 의해서 부부상담을 하게 되면, 대부분 부부상담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럼 왜 위와 같은 부부상담이 실패할 수 밖에 없을까? 많은 인간관계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이 잘못하고, 어느 한 사람은 잘했다기 보다는 서로가 의식적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도 주고 상처도 받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면, 당사자는 문제의 행위자이자 피해자가 되는 셈이니, 일단은 행위자의 입장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상처의 치유를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처치유보다는 상처를 준 사람에게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문제의 해결과정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부부상담이 부부법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들은 부부상담에 나와서 자신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비난이나 비판을 하기 시작한다. 결국 배우자 때문에 그리고 배우자를 위해서 부부상담을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심리상담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행하는 행위이다.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바로 심리상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은 보지 않고 상대방을 긍정적, 중립적,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고 비난부터 시작할 때, 자신은 상담 현장에서 존재하기 않게 되기도 하고, 관계는 더더욱 좋아질리가 없어진다. 특히 이러한 행위를 하는 내담자일수록 피해의식이 크다. 그런데 피해의식만으로 우리는 치유되지 않는다. 피해에 대한 치유과정이 있어야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상처가 아니라 자신의 상처가 아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부부가 함께 독감이 들었다고 하자. 그런데 상대방의 독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치료를 한다면, 자신의 독감이 저절로 치료가 될까? 이와 비슷한 것이 바로 부부상담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부상담을 하는 것은 상대방 때문이나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상처를 주는 행위도 했겠지만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치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 때문에 혹은 상대방을 위해서 부부상담을 하는 부부들 중에는,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부부상담에 비협조적이거나 저항을 하기 시작하면 덩달아서 심리상담을 중단한다. 왜 자신만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내담자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심리상담을 계속 받는 사람이 더 잘못한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라는 편견말이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부부상담을 포기하면, 자동적으로 다른 배우자도 부부상담을 포기한다. 결국 부부간의 관계도 정상화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에게도 손해가 되는 일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혼을 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자녀에게까지 상처를 주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서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등의 왜곡되고 변질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만 피해자인 양 연극을 하기도 하고, 이것이 과해지면 병적인 현상까지 가지고 와서 성격장애나 인격장애와 같은 증상이나 우울증, 불안증 등의 신경증 혹은 정신증에 빠지기도 한다.


부부상담이 되었든, 가족상담이 되었든 혹은 개별상담이 되었든 심리상담은 자신을 위해서 받는 것이다. 결국 부모를 위해서 심리상담을 받는 자녀가 있어서도 안될 것이고, 자녀를 위해서 심리상담을 받는 부모가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적어도 심리상담을 받는 목적의 1순위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자신을 수용하는 만큼 타인을 수용할 수 있다. 자신을 이해하는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은 이와 다르다고 한다면 이것은 연기자와 같이 연기를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러한 틀에서 쓰러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렇게 사는 삶은 매우 소진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부상담에 임하는 부부가 있다면, 그리고 현재 상대방이 부부상담에 소극적이라면, 적극적인 분이라도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비록 부부이지만 부부로서 살아가는 삶이 있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는 삶이 공존하는 것이 부부의 삶이기에, 적어도 전체가 아니면 반쪽이라도 채우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삶의 무게로부터 짓눌리고 소진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