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칼럼

[부부연구]사과와 용서

공진수 센터장 2015. 6. 24. 14:42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놀이심리상담사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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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부부를 만나보면 사과와 용서 부분에서 취약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서 외도를 한 배우자가 있다고 할 때, 외도 행위자는 사과를 해야 하고, 외도 피해자는 용서를 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부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행위자와 피해자 사이에도 비슷한 양상을 가진다.


그럼 하나씩 따져볼까?


갈등 부부 사이에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심지어 피해자 입장에 서 있는 배우자가 사과를 하라고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사과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것은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이다. 그러니 궂이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문제를 인정하면 되었지 꼭 사과까지 해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런 사람들은 인정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그런데 문제를 인정하는 것과 사과를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아는가? 사실 사과니 용서니 하는 것은 어찌보면 관념적이다. 그러니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사과의 흔적, 용서의 흔적을 보거나 느끼고서, 사과와 용서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 따라서 문제를 인정하느냐와 사과를 하느냐는 많이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사과를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과하게 반응하는 경우, 사과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에 적은 것처럼 외도의 문제, 폭력의 문제 등에서 행위자가 상당부분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행위자가에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사과를 해야 하는 배우자가 과도한 책임감이 부담스러워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용기가 없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과를 구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사과를 받아본 적이 없거나, 있더라도 진정한 사과를 받아본 경험이 적은 사람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사과 행위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진정성을 의심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사과를 해도 용서를 해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용서란 상대방을 용서하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을 용서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상대방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잘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신을 엄격하게 하는 만큼 상대방에게도 엄격함을 요구한다. 그래서 실수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 중에는 "용서를 구하려면 왜 그렇게 했느냐!"고 오히려 면박을 주기도 한다.


용서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위에 사과를 잘 하지 않는 사람들과 같이 용서와 관련해서 좋은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진정한 용서의 힘과 영향력은 간과한채, 용서를 구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가혹하게 하거나 수치심 등이 드러나도록 표현하면서 무안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마지못해 용서를 해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게 한 용서행위는 그 효력이나 영향력이 오래 가지 못해서, 얼마 후에는 자신의 용서행위에 대해서 스스로 비난을 하거나 상대방에게 더 큰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위에서 사과와 용서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 보았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여러분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세지는 이것이다. 사과와 용서는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필수요건이라는 것. 어떠한 관계 속에서도 우리들은 실수와 상처 등을 통해서 아픔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과와 용서가 빠지게 되면, 관계성은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관계를 돈독히 하고 더욱 더 신뢰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에게 즐겁고 기쁜 행위도 해야 하지만, 만에 하나 실수나 상처가 되는 행위를 했다면 거기에 따른 사과와 용서가 잘 작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 부모자녀, 친구, 친척 등등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매우 필요하다. 사과하고 용서하는 모습이 점점 희박해지는 요즈음, 혹 여러분의 부부관계가 그리고 가족관계가 불안정하다면, 부부와 가족간에 사과와 용서 시스템을 잘 작동하는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