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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능시험이 내일이다. 이러한 수능에 대해서 우리나라만 난리인 것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유학했던 독일의 경우에도, 아비투어라는 시험이 있는데 이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비투어 시험 후에 자동차까지 선물을 받는 학생들을 보았다. 그래서 자동차 뒷면에 위 사진과 같은 스티커나 페인트칠을 하고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도 보았다.
그런데 최근에 수능 시험을 앞두고 수능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을 상담하게 되었다. 수능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증폭되고, 수능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떻하느냐는 등의 예기불안으로 전전긍긍하는 청소년들이었다. 걱정이 앞서니 책은 손에 잡히지 않고, 책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걱정과 불안은 더욱 더 증폭이 된다. 즉 강화가 된다.
결국 이런 과정 때문에 내일이 수능일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능을 포기한 청소년들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내가 느낀 것은 학습된 무기력감 혹은 학습된 패배감이 많더라는 것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은 무기력감과 패배감이 이제는 학습이 되어서 습관화되었고 아울러 신념화까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감의 하락과 자존감의 하락으로 인한 상황과 문제에 대한 직면과 도전에 대해서도 도피와 회피를 하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수능 뿐만 아니라 다른 상황과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서 수능을 보더라도 대학생활이 두렵다거나 대학을 가더라도 남자의 경우에는 군대생활이 두렵다고 미리부터 걱정하고 염려하며 불안해 하는 모습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럼 이러한 학습된 무기력감 그리고 패배감은 어떻게 형성이 된 것일까? 많은 분들은 말한다. 과도한 경쟁의식, 과도한 기대감, 과도한 완벽주의 등등. 모두 적절한 진단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러나 여기에 한가지를 덧붙이면 가혹한 평가를 더하고 싶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자녀들이 학업성취도나 대인관계 등에서 뒤쳐질 경우, 이것에 대한 학부모나 선생님 그리고 주변분들의 가혹한 평가가 바로 학습된 무기력감 혹은 학습된 패배감을 더욱 강화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능력의 차이가 있고, 어떤 이에는 쉬운 것이 어떤 이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남의 자식이 잘하면서 부럽기도 하고 속이 상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자녀들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이 부모의 기대에 적절이 부응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비난과 협박 그리고 부정적 예언과 위협을 가리지 않는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부정적으로 예언하고 파국적으로 예언한다. 그러니 자녀들은 두려움과 불안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그러한 두려움과 불안은 현재의 과제에 더욱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산만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누적되었을 때에 수능과 같은 중요한 시험 혹은 인생 과제 앞에서 회피하고 도피하는 모습과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비판하기 시작한다. 끝없는 소모전이 시작되고 다시금 도전하고 시작하려는 의지를 꺾어 버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점점 신념화 되어 버리면, 인생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포기감과 좌절감만 맛보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감과 패배감은 가정에서 가장 먼저 학습하게 된다. 그러니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무기력감과 패배감을 맛보지 않도록 잘 도와 주어야 한다. 실패나 실수는 그 당시에는 아픔과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동일한 실패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 비싼 경험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자녀의 실패와 실수가 있더라도 더욱 격려하고 지지하며 위로를 한다면, 자녀들은 다시금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긴 인생 속에서 부모가 도와주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천년만년 부모가 자녀의 과제를 수행해 주어서도 안되고, 대신 수행할 수도 없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그러니 자녀들이 스스로 인생을 헤쳐나가도록 도와주는 부모, 격려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가장 바라는 부모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혹 자녀가 수능을 포기하는가? 그것이 정서적이요 심리적인 부분인가? 그렇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자녀의 심리상담을 권한다. 한번 부러진 뼈를 붙이면 부러지기 전보다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이럴 때 적합한 경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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