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상담칼럼

[가족연구]부모들의 욕심

공진수 센터장 2015. 12. 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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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지 꽤 되었지만 한 때 독일에서 10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말에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독일에서 십년 정도 살다보니 한국인도 그렇다고 독일인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인들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나름 관심을 갖고 살다보니, 귀국 후 한동안은 문화적 충격으로 인하여 한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이야 한국이든 독일이든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차이는 있는 것이기에, 오늘은 이 이야기를 적어 보고자 한다.


가끔 자녀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들이 욕심을 부려서 자녀들의 심리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하는 경우를 접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 혹은 학습과 관련된 것인데,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나라 부모들은 매우 강박적인 성향과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선행학습이다.


실례로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아이에게 100 단위 이상을 가르치는 부모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1 단위 혹은 10 단위를 다 배우고 하는 학습이 아니라, 1 단위와 10 단위로 혼동하는 가운데에서 100 단위 이상을 가르치는 부모를 본 경험이 있다. 매우 비효율적인 교육과 학습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모습이 이 부모에게만 해당될까?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것에 유혹을 받고, 실제로 그렇게 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의 비효율성과 위험성을 모른채 말이다.


사춘기가 넘어선 자녀들은 그 때부터 부모들의 양육과 교육 그리고 학습 방식에 대해서 비평을 하기 시작한다. 어릴 때 그리고 힘이 없었을 때 일방적으로 부모로부터 당했던 각종 양육과 훈육 그리고 교육과 학습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선행학습과 관련된 것이다.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새로운 것을 배워야 했던 시절의 괴로움과 고통, 그 감정기억을 되새기면서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사실 무엇인가 익숙해지는 데에는 선행학습보다 반복학습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선행학습의 위험성 중의 하나가 적절한 발달단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남보다 먼저 배우는 것에 목표를 두다보면, 자녀들의 다양한 발달에서 결핍이 발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 다닐 자녀가 똑똑하다는 것 하나로 대학교를 다닌다면,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의 다양함 경험은 결핍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같이 학교를 다녔지만 수학여행을 같이 가지 않은 것 때문에 낙오자라는 혹은 패배자라는 심리에 빠진 자녀들도 보았다.


그러니 선행학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습이란 단어도 배우고 익힌다는 뜻이 아닌가. 익히지도 않았는데 배우기만 한다고 그것이 지식이 되고 지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부하만 걸리는 것이다. 배우는 시간이 있으면 익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익히기 위해서는 반복을 해야 하는데 그저 선행학(습)으로 학습에서 습이 결핍되는 상황이 발생되니, 이러한 것이 누적된 중학교 시절과 입시 및 취업을 눈앞에 둔 고등학교 시절이 얼마나 괴로운 시간이 되겠는가?


100 세 시대 혹은 120세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는 아직 20년도 채 살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기대수명인 80년 혹은 100년의 시간이 두렵고 무섭기 그지 없다. 이러한 것을 누가 만드는 것일까? 바로 부모이고, 부모의 욕심이 만들고 있다. 위에 적은 선행학습의 방법을 통해서 성공할 확률이 거의 낮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은 터널시야에 빠져서 자녀들의 스트레스와는 무관하게 선행학습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아쉽다.


특히 부모의 욕심은 다른 면에서는 부모의 욕구불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공부에 한이 맺힌 부모들이 공부에 몰입하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감이 적은 부모들이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식으로 자녀들을 통해서 대리만족, 대리성취를 하고 싶은 욕심에 빠지다 보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고, 남보다 먼저 알면 성공을 하는 것으로 터널시야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의 조건 중에는 학업성취도도 있지만, 대인관계와 문제해결능력 등등 다양한 부분에서 원만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부만, 학습만 강조를 하다보면, 막상 사회에 나와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고, 문제해결능력에서 뒤쳐질 때 과연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러하니 부모의 욕심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말로는 자녀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을 때에는 자녀에게 물어보고 대화와 소통을 해서, 자녀가 원하는 적합한 대응을 해 주는 것이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려고 해서도 안되며, 자녀들을 통해서 보상을 받으려고 해서도 안된다. 더군다나 자녀의 삶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자녀가 주도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생활에서는 방해요소가 된다는 것을 아는가?


당신이 부모이고,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서 욕심이 생긴다면, 그 마음부터 다스리도록 하라. 그리고 방법적으로 잘 모르겠다면, 배우는 단계에서 부모상담 등을 해 보는 것이 좋으며, 배운 것이 있다면 당신 역시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금 말씀 드리지만 부모의 욕심 속에서 자녀들은 안정적 심리 그리고 정서적으로 자랄 수 없다. 자녀의 자존감을 세워주며, 부모의 욕심이 아닌 부모의 도움 속에서 살아가는 자녀들이 되도록, 옆에서 지지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부모가 바로 당신이라면, 자녀들은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바탕이 될 때, 자녀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공부, 관계 등에서 성취감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