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칼럼]설문지, 설문지 하시는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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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담치료 관련 전화문의를 받다 보면, '거기는 설문지 해 주시나요?' 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설문지를 그 때 그 때 합니다' 라고 답변을 드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지, 설문지 하시는 분들에게 몇 가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적어 봅니다.

심리상담이나 상담치료에서 설문지는 본질이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심리상담이나 상담치료에서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신의 무의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설문지라는 것이 무의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의식으로 검열을 하면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무의식을 아는 근거라기보다는 의식을 체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당신을 체크한다기 보다는 당신의 생각을 체크한다고 할 수 있는데, 당신과 당신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볼까요? 당신의 무의식 속에는 공격성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생각은 공격성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억압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공격성 관련 설문지를 한다고 합시다. 이럴 경우 당신의 무의식보다는 의식을 억압하는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답을 한 것이 과연 정확한 것일까요?

이런 경우는 나의 상담치료 경험 속에서 자주 경험하게 됩니다. 설문지의 내용을 검열하면서 이왕이면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내담자들의 경우, 허위적으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고, 방어적으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서 진단과 치료를 한다면, 과연 그 진단과 치료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내담자들이 보이는 한 가지 큰 실수는, 자신의 생각을 알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문지, 설문지를 외치게 되는 것이죠? 그럼 우울지수 설문지를 했다고 치죠. 그래서 우울증 수치가 나왔다고 하죠. 그럼 일단 설문지에 근거해서 우울증이라는 진단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단이 치료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단 후 치료에는 다양한 부분의 연습과 훈련 그리고 노력 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노력을 위해서는 당신이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변화를 추구해야 진정으로 치료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치료라는 것이 1-2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당신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관찰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당신의 치료를 위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노력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 이런 연습과 훈련 그리고 노력에는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에게 코치가 필요하듯이 상담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들을 상담사가 관찰해 주고, 코치해 주는 등의 치료적 행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담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초반에는 자신을 방어하고 포장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상담사와 신뢰감이 형성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무의식적인 언행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이 상담사의 관찰 속에서 노출될 때, 상담사는 다양한 방향에서 격려, 지지 그리고 직면을 하면서, 당신의 변화를 위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노력을 강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혹 설문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참고용일 뿐입니다. 그리고 설문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절대화하거나 그 내용만 알면 치료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지혜롭지 못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것보다는 자신의 언행을 성찰하고,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무의식적인 언행을 자신도 모르게 노출할 때, 그 속에서 당신이 유지해야 하는 것과 변화해야 하는 것이 더 잘 드러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대한 상담사의 관찰과 코칭을 잘 수용하고, 변화를 위해서 함께 할 때 당신의 당신의 문제뿐만 아니라 당신의 상처까지도 치료되는 것입니다. 부디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