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공감의 역효과

공진수 센터장 2018. 7.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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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치료를 잘 받던 어느 내담자가 어느 날 불쑥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은 왜 제 이야기에 대해서 공감해 주지 않으시나요?"


순간적으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내담자의 주장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본 것이죠. 그러다 공감이란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상담사의 고민 중의 하나는 무조건적인 공감이라는 부분입니다. 내담자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공감을 해 주어야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상담치료의 현장에서 무조건적인 공감을 하다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이 있습니다만, 부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여기에 몇 자 적습니다.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공감해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분들은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닌데, 침묵을 주로 하는 분들의 내면을 보면, 공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 말고 공감이라는 것에 대해서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의 대표적인 경우가, 공감을 자신이 옳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예를 들어서 부부상담이 이루어진다고 합시다. 저의 경우처럼 부부가 각각 분리상담을 할 경우,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내의 입장이 공감되고,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의 입장이 공감됩니다. 그래서 각각 공감을 표시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렇게 공감을 표시하다 보면, 많은 부부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부상담 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자신의 입장만을 강화시키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이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록 상담사라고 하더라도 공감에 대해서 조금 조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실 상담사가 상담의 과정 속에서 공감을 표시하는 것은, 내담자에게 동정심을 베푸는 것도 아니고, 내담자가 옳다고 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내담자의 입장에서는 내담자의 주장이 맞을 수 있으나, 공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라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지요.


부부상담 속에서 배우자에 대해서 불만과 비난으로 가득찬 사람이 있다고 하죠. 그럼 그(녀)는 배우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표현을 할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욕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상담사가 이런 것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옳고 배우자는 틀렸다는 사고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통해서 성숙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표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머, 나에게 이런 거친 말을 하는 모습이 있었네!" 와 같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공감을 통해서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인데, "그죠, 선생님 생각에도 배우자가 잘못한 거죠?" 라는 생각을 강화한다면, 이는 공감을 잘못 사용하게 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상담 속에서 상담사의 공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상담사의 공감능력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내담자 스스로도 자신이 받은 공감을 잘못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공감에 대해서 옳고 그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관점의 감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공감을 받든 혹은 못받든 자신의 모습을 더 명료하게 성찰하는데에 공감을 사용한다면, 당신은 공감을 통해서 한 단계 성숙해지는 사람이 될 수 있으나, 자신의 입장과 논리만을 강화하는데에 공감을 사용한다면, 이는 공감의 역효과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부디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