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상담칼럼

[아청상담]학교폭력 뉴스를 접하며

공진수 센터장 2021. 2. 1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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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도 유행인지 어떨 때는 아동학대에 대한 뉴스로 많더니, 요즘은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많은 것 같다. 여기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점은 다양한 것 같다. 이미 오래 전 이야기를 왜 지금와서 꺼내느냐 하는 사람부터, 학교폭력은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된다는 관점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관점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나 역시 학교폭력에 대한 관점은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는 모르나, 일단 학교폭력이 없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며, 차선으로는 학교폭력이 벌어졌다면 학교폭력 행위자(들)는(은)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 및 학교폭력 피해자를 위한 조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은 어떨까?

 

나는 그동안 학교폭력 행위자보다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치료상담을 많이 했다. 그런 가운데 기억이 나는 한 사례가 있어서 살짝 공개를 하면, 동일학교 등급생 3명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던 내담자가 있었는데, 결국 형사 및 민사재판까지 갔던 사례이다.

 

그런데 이 사례를 상담하면서 내가 체험했던 것은, 학교폭력 행위자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너무나 무성의하게 그리고 진정성 없게 대처한다는 것과, 학교폭력 행위자들과 법정에서 스친 적이 한 번 있는데, 그들이 보여준 묘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에피소드는 내담자가 법정에 나가는 날 너무나 힘들어하여 심리적 안정 차원에서 동행을 했던 날, 먼저 법정에 들어갔던 학교폭력 행위자 3명이 법정을 나서면서 학교폭력 피해자를 발견하고 날린 묘한 미소사건이다. 이것에 대해 나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묘한 미소가 뇌리에 지금도 남아 있는데, 나의 내담자는 얼마나 그 묘한 미소에 두려움이 컸을까를 생각하면, 학교폭력은 단순한 폭력에서 끝나지 않고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학교폭력은 행위자들이 학교를 전학가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지는 못한다. 학교폭력은 대부분 비슷한 지역에 살면서 벌어지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까지 이어져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고통 그리고 두려움을 주기에, 학교폭력 행위자들이 전학을 간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 강제적으로 접근금지를 시킨다고 해도, 학교폭력 피해자의 뇌리에 각인되어 버린 학교폭력의 경험은 오랫동안 잘 잊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학교폭력 관련 뉴스라도 보고 듣게 되면, 자신의 학교폭력 사건이 다시금 반추되면서 기억도 감정도 학교폭력 당시로 초기화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일명 감정기억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분들은 이러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미안하다" 한 마디면 해결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잘못했다" 한 마디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이해를 하지만,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사과를 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학교폭력 행위자들이 있어도, 쉽게 학교폭력의 트라우마가 치료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부모,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 등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어쩔 수 없이 학교폭력이 벌어졌다면, 행위자와 그 부모는 피해자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서 책임뿐만 아니라 공감을 하면서, 피해자들이 추가적인 고통과 괴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우리 사회는 차후에라도 학교폭력 과거가 폭로되는 사례가 늘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것이 결국 한 순간 학교폭력 행위자였다가 이 사회에 이모저모로 영향을 미치는 공인이 되었을 경우, 과거의 학교폭력 이후 그 대처를 잘 하지 못한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을 수 있다.

 

부디 학교폭력이 없는 사회를 지향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너무나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