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수필

[심상수필]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쉬우면서도 어렵다

공진수 센터장 2021. 3. 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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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일이 있어 시골에서 오신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을 간 적이 있다. 아내가 어르신을 케어하는 동안, 나는 잠시 병원 밖의 택시 정류장에 서 있었는데, 진료를 마치시고 나오신 한 어르신이 내 옆의 벤치에 앉으시면서 힘든 소리를 내셨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의 눈에는 '연세가 있으시니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과연 내가 저 어르신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젊은이들은 나이 드신 분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고,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을 이해하가 어렵다고 한다. 전자의 경우, 아직 어르신의 나이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그럴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을 다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경험과 환경,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 등이 다르다 보니, 이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보이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어르신들을,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거나, 그 사람의 경험을 비슷하게 체험했을 경우, 이해와 공감하기가 쉽다고 한다.

 

예를 들어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이미 자녀를 잃은 부모들이 더 잘 이해한다고 하지 않는가?

 

잠시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 글을 쓰다 보니, 예전의 어떤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른다.

 

지금은 이런 버스 운전자들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운행시간 등의 압박으로 승객이 승차할 때 재촉하는 버스 운전자들이 있었다. 그 날도 그런 상황이었다. 어떤 어르신이 몸이 불편한지 승차를 하시면서 조금 지연이 되었다. 여기에 마음이 바빴던 버스 운전자가 "어르신 얼른 타세요"라고 말씀을 드리자, 그 어르신 하신 말씀 "자네도 내 나이 되어 봐야 이해할 걸"이라고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난다.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막상 그 입장이 되지 않으면 이해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은 자기중심적인 판단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서 우리보다 앞선 세대를 이해할만 하면, 앞선 세대는 이 세상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역설적인 부분인 것 같다.

 

심지어 동시대를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을 때가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상담이라는 것은, 인간이해에 대한 기초와 기본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부부갈등이나 가족갈등이 있을 때,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출발은 바로 자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드디어 문제에 대한 본질을 탐색하고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어려운 것 같다,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잣대로 상대방을 난도질한다. 결국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관계는 더욱 더 나빠지게 된다. 더욱 더 문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다 보니, 파트너만 바뀔뿐 문제는 계속해서 반복하여 일어난다.

 

조금 멀리 간 느낌이 들어서 오늘 글을 여기서 줄이려고 한다. 인간이해, 좋은 말이자 쉬울 것 같은데, 막상 쉽지 않은 인생의 과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