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수원에 산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아름다운 수원 화성을 그저 조선시대의 문화재 중 하나로만 여기고서, 가끔씩 수원 화성을 올라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수원을 떠난지 10여년이 넘다 보니, 그때가 그리워지곤 한다.
더군다나 수원 행궁 복원공사도 한참인 것으로 알고 있기에, 조만간 더 변해있을 수원이 기대되기도 한다.
난 최근에 수원 화성이 주무대가 되는 소설 한 권을 읽었다. 위 사진과 같이 오세영의 역사추리소설 '원행'.
사도세자의 아들로 왕위에 오른 정조와 그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리고 사도세자의 묘소인 현륭원 방문을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
그 당시에도 조선 조정의 정치적 상황은 복잡미묘하기가 대단했던 것 같다.
시파와 벽파의 갈등 속에서, 정조의 정치는 개인적으로는 정조의 아버지였던 사도세자의 불행을 극복해야 했고, 국가적으로는 조선의 부흥을 이끌어야 하는 복잡미묘함이, 언제 어디서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살얼음판 정국과 함께 존재했던 것.
그래서 조정의 자리 하나도 정파의 안배가 필요했고, 서로가 서로를 톱니바퀴 물리듯 감독하거나 감시해야 했던 시대.
그러던 1795년(을묘년), 정조는 을묘원행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조를 시해하고자 하는 무리와 그 시해를 막고자 하는 무리간의 머리싸움을, 추리소설의 양식을 빌어서 풀어나간 이 소설은, 오늘날에도 명분과 실리에서 이합집산하며 적군인지 아군인지 혼동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역사는 돌고 돈다는 의식과 함께 과거의 역사를 통한 통찰력을 길러주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물론 이 소설은 정조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서 쓴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작가에 의해 각색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구도에서는 그 당시의 혼란상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며, 일단 개혁에 집중했던 정조의 꿈과 노력이 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그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얼마전 보도에 의하면 조만간 정조를 배경으로 역사물이 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소설 역시 어떤 제작물의 제작에 기초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장차 영상으로 제작된 정조. 어떠한 시대적 시각에서 제작될지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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