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독서

[책읽기]탈주자

공진수 센터장 2009. 4. 24. 08:38

 

 

납치, 인질, 심리전과 사건의 해결.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언론에 노출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쉽게 일어나는 이러한 테마를 가지고서, 한편의 장편소설로 만든 리 차일드의 '탈주자'를 읽으면서 그의 소설 매력에 흠뻑 빠져보았다.

 

장소는 미국 그리고 7월 1일, 바쁜 월요일 아침. 시카고의 연방수사국 근처을 지나던 리처는, 연방수사국에 근무하는 홀리를 납치하는 사건에 목격자이자 그 역시 인질로 잡히면서 그의 일주일은 엉망이 된다.

 

전직 군인이었고 이제는 제대를 한 역전의 군인 리처. 연방수사국 요원이면서 합창의장의 딸인 홀리. 그들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 의해서 납치된 후, 시카고에서 약 3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 도착한 곳은 몬태나의 민병대.

 

이곳의 사령관 보켄은 미국 연방정부와 국제연합에 대한 반감과 저항의식을 가진 자로서, 천혜의 요새라고 생각하는 몬태나에서 민병대를 조직, 독립을 선언하고 자신의 국가를 세우려는 야망을 가진 자로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즈음하여 독립선언을 할 계획이며, 이러한 그의 행동에 군사적 대응이 있을 것을 대비하여 안전장치의 하나로 합창의장의 딸 홀리를 납치한 것.

 

그러나 이 소설에서 나오는 또 하나의 복선은 독립선언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연방은행에 대한 테러에 대한 시선뺏기가 또 하나의 흥미거리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반전이지만, 보켄이 노리는 것은 바로 전세계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독립을 선언코자 했던 것.

 

이러한 사실은 리처와 홀리가 납치되어 시간을 보내는 며칠 동안 밝혀지는 것이지만, 리처는 일단 홀리를 구출하고 후에 그들을 구출하러 왔다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가 군에서 가졌던 직감과 실력을 발휘하면서 인질구출 그리고 사건해결에 일등공신이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에서 연방수사국이나 합창의장을 비롯한 미해병대의 수고와 노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수고와 노력 못지않게 리처의 활약은 한 개인으로서 이 소설 전체를 끌고간다고 볼 때 그 비중이 아주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흥미거리는 상대편에 심어놓은 첩자와 배신자들의 활약이다. 연방수사국에서는 몬태나의 민병대에 오래 전부터 첩자를 심었고, 보켄 역시 돈을 미끼로 연방수사국에 배신자들을 심어 놓음으로써, 상대편의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도 이 소설에서 흥미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는 죽음으로 끝난다는 결론이 약간의 식상한 테마가 될 수 있지만, 첩자와 배신자가 없이 즉, 상대편 정보의 습득이 어떠한 정치적 행동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드디어 7월 4일. 보켄은 독립선언을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폭탄으로 무장한 화물차가 대도시를 향해 출발한 가운데, 리처를 비롯한 연방수사국은 몬태나의 민병대를 제압하고 인질을 구출한다. 그리고 나서 깨닫게 되는 보켄의 의도. 즉, 폭탄테러에 대한 인지와 함께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

 

헬리콥터를 타고 도박에 가까운 화물차 찾기에 나서고 고속도로 상에서 발견되는 문제의 화물차와 그 화물차의 처리로 소설은 결론을 내린다. 결국 해피엔딩이 되는 것. 그리고 몬태나의 7월 4일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지나가 버리는 것.

 

이 소설에서 저자는 다시금 주인공 리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인으로 그리고 그 역시 피해자이나 사건의 해결자로서 영웅 이미지를 심어주는 저자의 의도. 그런 가운데 작은 좀도둑이 아닌 정치적 야망을 가진 보켄과의 적대적 관계를 통해서, 리처의 영웅적 의미는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게 한다.

 

아울러 시카고, 몬태나, 워싱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들을 통해서 한 개인의 납치가 몰고오는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각 지역의 반응은, 리 차일드가 이번 소설을 통해서 그의 스케일이 더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정점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소설의 내용은, 미국 건국 200년이 넘은 오늘날 미국 사회는 건국이념에 충실한가를 돌아보게 하는 외침이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첫번째 소설 추적자를 읽어보지 못해서 추적자와 탈주자를 비교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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