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사건으로 세인들의 입에 다시금 떠오른 테마가 있다면 바로 사형제일 것이다. 지금은 다시 소강상태에 빠져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형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사형집행이 중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시기에 '사형제 부활이냐, 형벌제도 폐지냐'란 귀한 책이 사람소리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되었다. 저자 루크 훌스만 교수는 네덜란드 태생으로 나치시대를 경험한 법학자로서, 형법과 형벌과 감옥제도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그리고 권위있는 법학자이다.
그의 인터뷰와 그의 주장들이 자세하게 담긴 이 귀한 책의 저변에 흐르는 저자의 의도는, 형법과 형벌과 감옥제도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한 그의 논거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그는 책 중에 통계의 헛점을 인용하기도 하고, 현재의 사법제도가 가진 헛점과 근본적 문제해결의 한계점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그의 책 2장 '어떠한 자유를 지향하는가'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경찰측의 통계와 형사재판부의 통계가 일치하지 않으며, 분류 자체가 다른 것으로 인하여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프랑스의 예를 들면서 결국 같은 사안이지만 지역적으로 광범위하게 범죄가 이루어질 경우, 범죄숫자는 늘어나게 보이면서 현행의 형법과 형벌과 감옥제도에 대한 옹호자들의 입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따라서 통계가 보여주는 헛점에 근거한 현행의 사법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
아울러 저자는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현행의 형법과 형벌과 감옥제도를 페지해도 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굴을 직접 마주 대하는 해결 양식이란 것과 같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법원으로 회부되기 전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대면하여 접촉하고, 중재하고 또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러한 제도가 의미가 있을까 하고 반문하는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설득력을 제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의 책을 보면 사법제도의 보완이나 폐지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경찰과 같은 조직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경찰과 같은 조직은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그 기능적인 부분에서 보완이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저자의 고국 네덜란드의 사례를 보면 더욱 그러한데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는 지역의 담당 경찰관들이 단속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구조적 그리고 근본적 문제점을 발견, 이것에 대한 해결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거나 방지할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의 단속과 조사에 집중되어 있는 경찰관에 대한 관점을 다르게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그동안 범죄로 인정되었던 것에 대해서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저자.
즉, 범죄라는 것과 비범죄의 차이는 바로 범죄를 어떻게 정의하고 지정하느냐에 따라서 거기에 따른 처벌과 사회적 수용이 달라진다는 관점에서, 사법제도의 혁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구조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형제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질 경우, 루크 훌스만 교수의 저서와 주장은 상당한 부분에서 영향력을 미칠 것 같다. 즉, 사형이 범죄를 줄이거나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다고 볼 때, 그 대안마련에 있어서 그의 주장이 큰 영향력을 미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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