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뱀으로 그린 아빠 모습

공진수 센터장 2013. 2. 18. 19:34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임상현장에 가서 음악치료와 미술치료를 합친 예술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 회기마다 음악놀이 뿐만 아니라 심리적 상태를 알아 보기 위해서 내담자들에게 그림도 부탁을 합니다.

가끔씩 이러한 내담자들의 그림을 다시금 보기도 하면서 치료상담을 받았던 내담자들을 떠올려 봅니다.

작년 하반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가족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 가족들을 동물로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내담자가 아빠를 뱀으로 그려 놓았더군요.

참 인상적인 그림이어서 무엇 때문에 아빠를 뱀으로 그렸는지 물었습니다.

막상 그림은 그렸지만 말문을 열지 못하던 그 내담자는 그날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펑펑 울다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다시금 그 내담자에게 가족 그림에 대해서 다시금 물었을 때 그 내담자의 입에서 나온 욕설은 상상을 초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형제없이 홀로 자랐다는 그 내담자.

그러나 그의 아빠는 이 내담자를 억압적으로 양육하는 것에 더하여 아빠의 생각만이 옳다고 말하는 스타일이었던 모양입니다.

한참 사춘기였던 이 내담자는 이러한 아빠의 스타일에 대해서 잘 수용이 되지 않을 뿐더러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도 거의 없었던 듯 합니다.

따라서 아빠를 생각하면 꼭 뱀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많은 동물이 있지만 뱀을 선택했다는 것에 다양한 의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10번의 만남 속에서 아빠에 대한 분노는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모든 것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담자의 변화에 대해서 아빠는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좌절과 불안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경우 개별치료보다는 가족치료가 효과적인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족들을 가족치료 현장에 모실려고 하면 아빠는 보통 이렇게 회피를 합니다.

"나는 문제 없는데 왜?"

오늘 문득 그 그림을 그린 내담자가 그립습니다.

치료상담 이후 몇 개월이 지났는데 잘 극복은 하고 있는지도 말이죠.

직업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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