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년 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 가서 산 적이 있었다.
지금 가보아도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그 곳은 국도변에서 약 4킬로미터 산허리를 돌아돌아 들어간 정말 두메산골.
작은 마을이었지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었고, 낙동강 회를 자주 먹어서 간디스토마로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린 나의 눈에 들어와 기억에 남는 것은 아버지 사촌댁 형의 자살시도.
시골이다 보니 농약을 먹고 혼절되어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하고 난리가 났었던 기억을 지금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의 감정기억 속에는 그 당시의 상황이 매우 두렵고 공포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다.
급하게 택시를 타고 읍내를 거쳐 대구까지 가서 목숨을 건지기는 했지만, 아버지 사촌댁은 항상 그 형의 자살시도로 인하여 살얼음판을 걷는듯한 분위기 속에서, 동네 어른 아이들은 그 형을 보면 무슨 정신증 환자처럼 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제 막 10대가 되었던 나에게 죽음이 그렇게 가깝게 느껴졌던 적은 몇 번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에 왜 그 형이 자살을 시도했을까에 대해서는 매우 궁금한 것 중의 하나였다.
이제 심리상담사가 되고 보니 사람들은 왜 자살을 시도할까에 대해서 다시금 질문을 하게 된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살기에 너무 억울해서
살기에는 너무 분해서
살기가 너무 두려워서
살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서
아니면 죽는 것이 소원이어서......
수 많은 이유를 찾아 보아도 답을 알 수 없다.
그러다 가끔씩 접하는 자살시도자들.
또는 죽기로 마음 먹고 준비까지 마쳤다면서 상담실의 문을 여는 내담자들.
그래서 심리상담사로서 물어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묘하다.
죽는 방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 보았는지에 대해서 물어야 하는 심리상담사.
오늘도 나는 한 자살미수자를 만났다.
자살미수로 인하여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상처를 안고 하루 하루를 너무나 힘들게 살고 있는 내담자.
우리의 인생이 우연이 아니듯 우리 삶 속의 흔적 역시 우연은 없다고 볼 때 그 분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지만, 자살미수 이후 그의 삶은 너무나 달라진 느낌이다.
주변분들의 차가운 시선과 스스로 가질 수 밖에 없는 자괴감 등등으로.
나는 오늘도 답을 찾지 못했다.
왜 사람들은 자살을 시도하는지.
그러나 조금은 이해가 되고 수용이 되는 부분도 있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로움이 있다는 것.
자신의 답답함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
공감해 주고 배려해 주고 위로해 주고 지지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낀다는 것.
혹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삶의 무게로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마냥 용기를 내라는 말보다 마음을 읽어줄 사람을 찾으라고 권한다.
심리상담사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룹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 생명이며 내가 존재해야 나 이외의 존재물에 가치가 부여됨을 느끼시고 생명을 소중하게 가치있게 그리고 의미있게 바라보시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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