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부모상담]부모의 미해결된 문제

공진수 센터장 2014. 5. 1. 09:47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아동교육아카데미 아동심리상담사/놀이치료사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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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이 된 자녀가 자립하거나 독립하지 않고 있거나 못한다고 하소연하는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얼굴 마주치는 것도 괴롭다고 합니다.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욱하고 올라오는 울화통에 분노도 내고 가끔은 눈물도 보인다고 합니다. 이웃과 친척들에게 부끄럽기도 하고 다른 집 자식들은 하나씩 둘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내 자식은 그렇지 않은 것에 두렵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한답니다. 그러다가 홧병에 걸리기도 합니다.


자식은 자식대로 의기소침하고 자존감이 떨어져서 골방을 지키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몰입해서 부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거나 화나게 만듭니다. 가끔 부모와 약속을 하지만 정작 약속을 지켜주는 경우는 적고, 비젼도 꿈도 없이 캥거루처럼 부모의 보호 아래에서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속을 태우기도 합니다. 사회성도 떨어지는 것 같고, 자율성과 주도성은 자기중심적으로 변하여 이기주의자가 되는 듯합니다. 무엇을 물어보아도 대답은 커녕 짜증부터 내기도 하고, 심지어는 저항의 범위를 벗어나 반항을 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돌부처처럼 부모의 비난과 협박을 받고서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서 속마음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러한 자녀 때문에 심리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에게도 미해결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식을 잉태하기 전에, 결혼을 하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미해결된 문제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이죠. 공부에 한이 맺힌 분들은 자녀들에게 공부에 대해서 강요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녀의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자신의 미해결된 문제를 자녀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녀가 부모의 통제권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실제로 벗어나게 되는 순간 부모는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녀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배려하기보다는 지금보다 더 강한 통제와 제한을 하게 되지요. 언어적으로는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고, 그래도 통제가 잘 안되면 경제적이나 심리정서적으로 제한을 두면서 자녀를 통제하게 됩니다. 목표는 자녀의 행복한 미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미해결된 문제의 해결이지요.


이 때부터 찾아오는 것은 불안과 우울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이 혼합된 힘든 시간입니다. 부모의 자존감도 떨어지고 어떨 때는 죄책감에 어떨 때는 수치심에 몸부림을 칩니다. 자식을 통해서 보상받고 자녀를 통해서 높이고자 했던부모의 자존감에 상처가 생기면서 다시금 문제의 원인을 자녀에게 돌리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죠. 결국 자녀는 부모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며 부모는 그러한 자녀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고 비난을 합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는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말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에 임한 부모들의 마음은 참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자니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자녀의 문제만을 언급해보았자 별의미가 없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가족치료가 이루어지면 모를까 개인상담으로서 아버지나 어머니가 심리상담나 심리치료에 임하시는 경우, 지금 그리고 여기에 없는 자녀들의 경우 부모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상담사나 치료사가 중간에서 중재를 하거나 개입을 할 수 있으나, 자녀들이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에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이지 않는다면 한계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부모들의 미해결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녀에게 귀인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귀인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녀를 통해서 보상을 받고자 하는 노력을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자녀들은 사춘기 시절이 지나면 이미 자율성과 주도성을 갖게 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되기 때문에 성인기에 접어든 자녀를 통제하거나 제한을 하려고 한다면 더욱 큰 역효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당장 자존감의 향상이 아닌 하락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어릴 때는 부모의 뜻대로 행하는 자녀들이라도 점점 장성하면서는 자립하고 독립하고자 하는 것이 자녀들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좌지우지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하면 자녀들은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인 사람이 되기 보다는 부모의 간섭을 피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장을 할 것이고, 그곳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경우 정작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나아가야 할 미션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사회적응력이 떨어지거나 자립심 그리고 독립심에 상처가 나는 것이죠.


결국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가 자녀의 앞길을 막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가 태어나기 전에 아니 결혼하기 전에 자신의 인생에서 미해결된 문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며 지금이라도 부부간에 갈등이 있거나 자녀들과 갈등이 있다면 내 인생의 미해결된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찰을 위해서 하는 것이 바로 심리상담이자 심리치료입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인생 속에서 미해결된 문제에 대해서 언제가 해결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시기와 대상을 잘못 선정한다면 그것은 나의 불행이자 타인의 불행으로 전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