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대화를 싫어하는 아이들

공진수 센터장 2014. 11. 19. 10:34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아동교육아카데미 놀이치료사 지도교수 

부부심리상담사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학교폭력 예방상담사

음악심리상담전문가

미술심리상담사

에니어그램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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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등에 외부임상을 나가보면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는 것에 두려움을 갖거나 저항감을 갖는 내담자들이 있다. 물론 서로 간에 신뢰감이나 라포형성이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여 신뢰감과 라포형성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싫어하는 내담자들이 있다. 상담사로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답답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대화를 시도하면 조금씩 그들의 마음과 입이 열리게 되는데, 그 때에 듣게 되는 그들의 심정에 공감이 가는 경우가 많다. 자 그럼 왜 상담이 필요한 내담자들이 대화를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 상담을 싫어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대화를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대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대화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갖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대화를 배우지 못하였고,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거나 억압만 받은 경우 대화를 싫어한다. 대화를 싫어하다 보니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니 자신의 감정을 잘 느끼지도 못한다. 그래서 느낌이나 기분을 물어 보아도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하니, 상담이나 대화를 할 때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을 잘 느끼지 못하니 타인을 잘 느끼지도 못한다.


둘째로는 기성세대에 대한 욕구불만이 있을 수 있다. 대화에는 또래끼리 하는 것도 있고, 기성세대와 나누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기성세대들과 대화를 할 경우, 기성세대들은 자신의 말만 하거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정작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거나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무시되는 경우가 많으니, 궂이 대화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모든 선생님이든 선배든 자신의 입장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입장만을 대변하려고 할 경우에는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서 선생님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학교 입장만을 가지고 대화에 나서는 선생님들에게 마음을 열 학생들은 없을 것이다.


셋째로는 비밀보장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학교 등에서 상담을 할 경우 비밀보장이 잘 되지 않아서,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에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대방을 믿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말한 화자에게 피해로 다가올 경우나 그런 위험요소가 있을 경우, 궂이 대화의 자리에 앉아서 마음을 열 내담자는 없을 것이다.


넷째로는 건성으로 들어주는 청자의 태도 때문에 대화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말 그대로 대답은 '응응' 혹은 '네네' 하지만, 화자의 입장에서는 무성의한 태도로 느껴지는 청자의 모습 속에서, 상담이든 대화든 나누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이러한 경우는 많은 것 같다. 부모들도 바쁘다 보니 시선접촉도 없이 그저 '응응' 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의 선생님들 역시 다양한 업무를 하다보니 무성의하게 '그래 그래' 하고 넘어가는 경우를 겪은 아이들은, 상담이든 대화든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겪는 아이들은 상담사 앞에 와서도 상담사를 신뢰하지 못하고, 마음의 문을 꽁꽁 닫은채로 아픔과 문제 속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 참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따라서 우리는 대화의 법을 배워야 한다. 경청의 법을 배워야 한다. 표현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열려 있는 입이니 말하고, 열려 있는 귀이니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면서도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대화의 법, 경청의 법, 표현의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혹 여러분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대화를 즐기는가? 대화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동이나 청소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대화를 두려워 한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모습도 많고, 혹 대화 속에서 부끄러움을 당하거나 당황함을 겪을까봐 걱정을 하느냐고 친밀감을 잘 형성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친밀감 장애를 겪는 청년들도 의외로 많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 직장생활, 공동체생활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경우가 많다. 위에 적은 것과 같은 경험 때문에 그런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기질적으로 소극적이거나 내향적이어서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이 삶 속에서 장애처럼 느껴질 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서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나를 찾는 내담자들 중에는 표현불능 혹은 감정불감으로 찾아오는 내담자들도 많다. 성인 내담자 중에도 이러한 내담자들이 많다. 지속된 심리상담과 대화, 공감 등에 대한 훈련을 통해서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대인관계에서도 효과를 보는 분들을 볼 때, 상담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혹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자녀들은 대화를 싫어하는가? 그 원인이 무엇이며 해결방법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