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부부상담]나는 희생양이었다.

공진수 센터장 2014. 12. 25. 19:55



- 공진수 센터장 소개 -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아동교육아카데미 놀이치료사 지도교수 

부부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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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상담을 해 보면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섭섭함, 상처, 불만 등등 다양한 그리고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을 털어 놓는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불만의 원인에 대해서는 자신보다는 상대 배우자에게 있음을 강조하면서, 부부상담의 목표를 잡거나 해결책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자신은 부부관계 속에서 희생양이었다는 것이다. 희생양이었기에 우울하고, 희생양이었기에 분노가 일어난다면서, 현재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자신의 입장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다시금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면서, 결국 부부상담 이후에도 더욱 상황과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한 부부들의 경우에는, 부부상담을 해 보았자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부부상담의 가장 첫 단추에서부터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실패로 떨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일 속에서 실패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에게 원인을 찾는 경우와 주변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강박적으로 자신을 학대하거나 억압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서 실패 원인에 대한 부담감이나 비난을 줄이려고 한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에는 자신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논리를 가지고 나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실패 원인을 전가하거나 비난과 비판을 모면하려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신도 주변도 함께 생각하고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위해서 삶과 생각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인데, 내부귀인과 외부귀인 중 한 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하면, 편향적인 사고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상담의 경우가 더욱 그렇다. 부부상담을 받는 것은 과거의 일에 대해서 타당성을 인정받고 그 원인을 따져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부들은 부부상담에 나와서 과거에 연연하며 이래서 그랬다느니 저래서 그랬다느니 하면서 지금-여기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일을 반추하여야 하지만, 그것이 부부상담의 목표나 본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일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한 발자국도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다가 지쳐 버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부부상담을 받는 동안 자신이 희생양이었다는 피해의식 속에 빠진다면, 이것은 부부상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희생양이었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희생양이라는 것을 인정받는다고 남는 것은 없으며, 그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서 문제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부와 상담사 사이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희생양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상대방과 주변 환경에 대해서 피해의식적인 도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피해의식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상담의 많은 부분을 증명하는 것에 몰입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비난받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아니 상대방이 부부상담을 하면 할수록 비난받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러니 부부상담이 지속될리도 없고 효과도 얻기가 어렵게 된다. 만약 아내나 남편이 희생양이라면, 상대방의 사과의 함께 삶의 변화, 생활의 변화, 사고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인데, 상대방의 약점이나 실수 등을 들추어내는 부부상담을 받는다면, 돈과 시간이 들여가면서 과연 부부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어떤 상담이든지 간에 내담자는 통합적인 사고를 하도록 노력해 보아야 한다. 자신에게만 악조건이 주어지고 자신에게만 피해가 일어난다는 등의 과일반화 내지는 개인화를 조심하며, 상담의 현장에 의제가 된 문제에 대해서는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심리상담을 통해서 배우거나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것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성숙해질 수 있고, 위에 적은 것과 같은 희생양이 되었다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며, 다가오는 미래의 삶 속에서 과거의 아픈 상처와 아픔을 재발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부디 여러분은 부부관계 속에서 희생양이 되지도 희생양으로 살지도 않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