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심리칼럼]트라우마는 누가 결정하는가?

공진수 센터장 2015. 4. 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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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 불확실성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인간이 죽음을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죽음 다음의 세계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라도 무엇을 의지하거나 기대를 하면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평범한 삶 속에서도 이러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데, 커다란 충격을 받게 되면 미래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일명 트라우마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같은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이것이 트라우마가 되고, 어떤 사람은 이것이 전혀 트라우마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자라났다고 해서, 모든 자녀들이 부적응 아동이나 청소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불안정한 가정환경에 놓인 자녀일수록,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부적응 행동이나 이상심리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다 그렇다고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큰 충격을 받고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느냐 아니냐는, 벌어진 상황보다도 그 상황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사람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트라우마는 상황적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성향이나 기질 때문에 더욱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외상에 대해서 트라우마가 생기고, 어떤 사람들은 외상에 대해서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는 것일까?


꼭 이렇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일수록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인지력과 극복력이 높은 것 같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는데에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배부르고 등따스운 삶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건강한 자아는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건강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차근차근 자아가 형성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건강한 자아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아형성에는 부모들이나 양육자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건강한 자아를 가지지 못한 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의 건강한 자아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방해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


결국 자신이 배운대로 그리고 익힌대로 자녀들에게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서 칭찬과 격려를 받지 못하고 자란 부모들의 경우, 자녀들에게 칭찬과 격려해 주는 것에 대해서 매우 어색해한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꼭 말해야 하나요?' '아이들 버릇 나빠져요?' 등과 같은 이유를 준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더 정확한 것은 칭찬과 격려에 대해서 익숙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고 해서 자녀가 버릇이 없어진다면, 그것은 다른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자녀에게 칭찬과 격려를 못할지언정 비난과 비판을 하는 경우는 어떤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부모에게서 비난과 비판을 받는 자녀치고, 공부에 몰입하는 경우를 잘 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자녀의 능력 부족이라기보다는 부모가 던지 말대로 예언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즉, 자녀에게 못된 놈이라고 하면 정말로 못된 짓을 하고, 못난 놈이라고 하면 못난 짓을 골라서 한다. 부모의 예언대로 충족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다가 너무 멀리왔지만, 이 칼럼을 통해서 하고 싶은 요지는 이것이다. 건강한 자아형성은 부모든, 자녀든 다 중요한 것이고,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어 있다면 우리가 살면서 겪는 예측불허의 삶 속에서 겪는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부모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성찰해 보고, 자녀 양육에 대해서도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