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칼럼

[상담칼럼]우울한 사람들 (1) - 죄책감

공진수 센터장 2016. 1.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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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리에 가서 직업이 심리상담사라고 하면, 매우 고상한 직업을 가졌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심리상담사라는 직업이 매우 스트레스가 높은 직업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수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것과 사람의 무궁무진한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감정의 전이와 증상의 대리외상 등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리상담사도 힐링이 필요하고, 적절한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속사정보다는 왠지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그들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만 보고 매우 고상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일은 고상하다는 표현보다는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오늘부터 몇 번에 걸쳐서 우울한 사람들 이야기를 적고 싶다. 쉽게 말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당신이 알고 있는 어떤 지인의 이야기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혹 내용이 당신이나 당신의 지인과 비슷한 경우라고 하더라고, 그것은 어떤 영화의 카피처럼 우연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것이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당신과 당신의 지인에게 심리적으로 고통과 아픔이라면, 그래서 내가 쓰는 글에 공감을 한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가까운 곳의 심리상담센터 등을 방문해 보길 바란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 혹은 우울감이 높은 사람들의 내면을 보면,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죄책감이 있다. 실례로 어떤 여성은 청소년 시기에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성폭행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을 부모에게도 형제에게도 친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두렵기도 했다. 부모나 형제 그리고 친구들이 자신을 피해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사람, 바보같은 사람 등등으로 낙인을 찍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누구에게도 그 사정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일 이후로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회피하게 되었지만, 공공화장실에 대한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과 함께 따라오는 것은 왜 내가 그날 거기에 갔느냐는 자책감이었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스스로를 자학하는 현상이 강화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고 우울감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우울감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나니, 보이는 것은 모두 우울하게 보였고 그렇게 느껴졌다.


서서히 우울감이 우울증으로 발전해 갔지만, 정작 자신이 우울증에 빠진 줄은 모르고 살았다. 어느 덧 청년이 되었고 친구들은 남친이 생겼다면서 자랑을 하기도 하고, 남친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남자와도 사귈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더군다나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될 경우에는 그 어떤 남자도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왜곡된 신념, 자동적 사고 속에서, 호감을 표시하는 남자의 접근을 차단했다.


집에서는 점점 결혼 시기가 다가오는데 남친 한 명 없는 그녀를 닥달하거나 비난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무능력한 사람, 성격이 모난 사람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청소년 시기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청년기까지 이어진 사례이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 때문에 죽어 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 역시 부모님에게는 또 다른 죄을 짓는 것이라는 죄책감 때문에 용기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은 점점 흐르고 상처는 그대로 방치하다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 상담에 임했다.


남자상담사인 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에는 더 어려웠던 듯 머믓거리던 그녀가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울기만을 하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서 위에 적은 것과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이왕 용기를 내어서 치료를 받으러 왔으니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내려 놓는 것 같았다. 쉽지 않은 결정과 선택이었지만 용기를 격려하자, 자신의 아픈 과거를 토로하기 시작했다.


몇 년간 마음 속에서만 품고 살았던 과거의 상처 그리고 그 상처와 함께 품고 있었던 죄책감을 벗어나는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여러 번의 상담치료를 통해서 죄책감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 그녀는 조금씩 자신과 세상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직 두려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향적으로 자신과 세상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지 않으려는 노력을 했다. 이와 함께 서서히 그동안 자신을 누르고 있었던 우울감도 우울증도 떠나가게 되었다.


과거의 상처가 결코 그녀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죄인처럼 생각했던 사고의 감옥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결혼을 생각하며 조금씩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고 있다. 아울러 그동안 자신을 우울하게 했던 것은 바로 죄책감이었음을 깨닫고, 죄책감의 늪에서 벗어나기로 용기를 내었다. 혹 과거의 일이 실수였을수는 있으나 그 실수 때문에 죄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울감이나 우울증은 죄책감과 밀접하다. 그것이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사건으로 인한 죄책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속인 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 등등, 당신의 죄책감을 부추기는 경험과 사건은 많다. 물론 남을 속이거나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 때문에 죄책감에 빠지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남을 속였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좋고, 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위로해 주는 것이 좋은데, 그러한 행위는 없이 죄책감에 빠진다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요, 자신을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니 이러한 죄책감이 생긴다면, 죄책감만 붙들고 있을 일이 아니라, 방금 앞에 적은 것처럼 죄책감이 생기지 않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아울러 무엇 때문인지 죄책감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면, 심리상담이나 상담치료 등을 통해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죄책감을 극복하는 길을 찾는 것이 좋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당신이 우울감이나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