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독서

[서평]죽음과 죽어감

공진수 센터장 2017. 11. 25. 16:48



홈페이지 : www.동행심리치료센터.kr    

전화문의 & 강의의뢰 : 070 4079 6875

전화상담 전용 : 070 4098 6875

페북 연결 : https://www.facebook.com/jinsu.kong


내가 초등학교 - 당시에는 국민학교 - 시절, 나의 옆 집에 살던 먼 친척 형의 죽음을 목격한 적이 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매우 젊었다는 것과 걸어서 병원을 갔는데 장의차에 실려 왔다는 것. 그 당시에는 나의 부모나 형제가 죽은 것은 아니기에, 기억에 남아 있지만 막상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나의 어머니는 암 확진을 받고 주치의가 말해 준 대로 6개월 정도 사시다가 아버지와 우리 형제들 그리고 자매들 곁을 떠났다. 처음에 암인지 알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 그리고 암이라는 것을 확진 받고 난 후, 잠시 혼란스럽고 죄송했던 적이 있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찾아 뵈었던 어머니의 건강에 대해서 무심했다는 것에 대해서.


비록 주치의가 길게 사시면 6개월 정도 사신다고 해서 그리고 고령의 나이 등을 고려하여, 암수술보다는 평소에 사시던 공기 맑은 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시도록 형제들과 자매들이 결정을 했는데, 막상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서는 미안함과 죄송함 때문에, 장례 후 몇 개월 동안 우울감 속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상담사도 우울감이 있나? 하겠지만, 상담사들도 우울감 혹은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 들어서 죽음에 대한 책들을 읽고 싶어졌다. 그런 가운데 읽게 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이란 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인생수업이란 책으로도 유명한 분이지만, 그 책 못지않게 죽음과 죽어감이란 중요한 책을 쓰신 분이기도 하다.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녀는,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로서 임종연구의 개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연구는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불치병 환자, 시한부 환자들을 인터뷰하고 세미나를 하면서, 다가오는 죽음과 그 죽음의 과정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리한 책이 바로 죽음과 죽어감이란 책이다. 이 책은 이미 앞에서 적은 것처럼 불치병 환자, 시한부 환자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 등을 만나서 인터뷰 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 생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세미나이기 때문에, 죽음과 죽어감 못지않게 그들의 남은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어 있다. 즉, 그들이 남은 삶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남은 삶 속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에 대한 내용도 많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앞에 둔 - 그것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 불치병 환자 혹은 시한부 환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부적절한 격려와 위로뿐만 아니라, 그들이 해야 할 결정 등에서도 그들을 배제하고, 정확한 의료정보 제공에서도 환자보다는 보호자에게 제공되고, 또한 그들의 감정에 대해서도 본의 아니게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많은 부분들이 보호자나 의료진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환자의 상태와 환자의 자아 강도에 따라서, 환자가 몰라야 하는 경우도 있고, 환자를 배제해야 할 경우도 있고, 환자가 인지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적어도 이러한 경우가 아니고 환자 스스로 자신의 정보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경우에도, 정보획득에서 소외되고 환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것은 최근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에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배려와 도움을 달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에게는 불치병 환자나 시한 환자들의 심리뿐만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대해 주는 것이 좀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다시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의 어머니는 뇌까지 암이 전이가 되어서,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나 인지하는 것에 장애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암수술을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형제들과 자매들이 모여서 결정했었다. 아마도 그 때는 이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당시 내가 이 책이라도 보았다면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터치한다.


혹 당신의 가족 중 불치병 환자로 혹은 시한부 환자로 현재 죽음과 직면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권해 드리고 싶다. 이 책 안에는 다양한 경우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들은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방법적인 면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삶은 존귀해야 하지만, 죽음도 그리고 죽어감도 존귀해야 한다. 여기서 존귀함이란 남는 자의 존귀함이 아니라, 떠나는 자의 존귀함에 더 무게를 둔다. 이를 위해서는 불치병 환자와 시한부 환자들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알고 배우고 익히며 깨달을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등. 이러한 부분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이 책을, 불치병 환자와 시한부 환자 옆에 있는 가족들에게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우리 곁을 죽음을 통해서 떠나게 될 경우, 우리는 한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것이지만, 떠나는 사람은 모두를 떠난다는 책 속의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신이 아픈 것은 상처 때문이 아니고, 치료를 받지 않아서이다. - 공진수 -


'심상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우울의 심리학  (0) 2019.02.07
[서평]부부, 다시 사랑하다  (0) 2019.01.25
[서평]창가의 침대  (0) 2017.11.24
[서평]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0) 2017.11.16
[서평]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  (0) 2017.03.19